제114화
하예원은 최도경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직접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최도경은 하예원을 힐끗 보기만 했고,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
의무실 안에서는 의사와 종업원이 진심을 다해 민지영을 설득하고 있었다.
“민지영 씨, 단순히 파편에 베인 상처라도 약을 바로 바르지 않으면 감염될 수 있어요. 피아니스트라면 손이 생명인데, 혹시 연주에 지장이 생기면 어떡해요.”
민지영은 담담하게 말을 끊었다.
“그렇게 아끼느니 차라리 망가지는 게 나아요. 남의 눈엣가시로 사느니 그냥 이렇게 두는 게 편하죠.”
종업원이 다급히 말했다.
“지영 씨, 몸은 본인 거예요. 자기 몸한테 너무 심하게 굴지 마요...”
“내가 내 몸을 혹사하지 않으면, 결국 다른 사람이 내 몸을 함부로 하잖아요...”
그 말이 끝나자 의무실 문이 철컥 열렸다. 문가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묘하게 서늘했다.
“민지영 씨, 지금 제 이야기를 하시는 건가요?”
민지영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예원의 뒤에 서 있는 최도경의 단정하고 고고한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그녀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최 대표님.”
민지영은 하예원을 보지 않은 채 최도경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하지만 하예원은 그런 태도에 개의치 않고, 오히려 당혹스러워하는 의사를 향해 물었다.
“민지영 씨가 다쳤는데 왜 치료를 안 하세요?”
의사는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
“민지영 씨가 치료를 거부하셔서요. 저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하예원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부드럽게 말했다.
“민지영 씨는 피아니스트잖아요. 손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중요하죠. 약을 바르고 화를 내도 늦지 않아요.”
민지영은 핏기 없는 입술을 올리며 온기 없는 미소를 지었다.
“사모님, 제 몸은 제 겁니다. 치료를 받을지 말지는 제 선택이에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겨도 사모님과는 아무 상관도 없어요.”
하예원은 오히려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민지영 씨, 다친 건 제 탓이에요. 제가 부주의해서 부딪쳤거든요. 미안해요. 이제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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