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화
마치 민지영을 떠나게 만든 것도, 일부러 부딪친 것도, 세원시를 떠나게 하려던 것도 모두 하예원 때문인양 이야기했다.
지금 와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 자리에서 해명해야 할 사람은 하예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잠자코 서 있는 최도경을 바라봤다.
“최도경,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그의 표정은 차가웠고, 목소리는 그보다 더 냉담했다.
“술집에 간 적 있어?”
“응, 있어.”
“언제?”
“첫날을 말하는 거야, 아니면 마지막 날을 말하는 거야?”
최도경의 눈빛이 한층 짙어지며 입꼬리가 살짝 올랐다.
“보니까 한 번만 간 게 아니네?”
하예원은 숨김없이 담담히 말했다.
“맞아. 얼마 전 민지영 씨가 화제가 됐잖아. 피아노 연주가 궁금해서 한 번 가봤어. 연주 실력이 정말 대단하더라고. 그땐 일이 좀 한가해서 며칠 정도 들렀지.”
“그다음은?”
“민지영 씨가 나를 알아봤는지 따로 얘기하자고 하더라고. 그런데 누가 나를 알아보는 눈치라 그날 이후로는 가지 않았어. 그리고 오늘 여기서 다시 마주친 거야.”
민지영이 입술을 꼭 깨물다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
“사모님 말은, 이 모든 게 우연이고 본인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뜻인가요?”
“방금 실수로 부딪친 건 제 잘못이지만, 나머지는 정말 저와 상관없어요.”
민지영은 하예원이 아무렇지 않게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그럼 사모님은 저한테 ‘손을 망가뜨리겠다’, ‘다시는 피아노를 못 치게 만들겠다’ 같은 말을 한 적도 없다는 거예요?”
드디어 본심이 나왔다.
하예원은 긴 속눈썹을 살짝 떨며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까지 이어진 모든 말과 행동이 결국 이 한순간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민지영이 이렇게까지 떠들어댄 건 결국 최도경이 자신을 위해 나서주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예원은 말을 멈추고 조용히 최도경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둘은 벌써 일주일 넘게 얼굴을 보지 못했고, 연락도 거의 없었다.
그가 출장 중이었던 그 시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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