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9화
하예원은 종업원을 불렀다.
“그럼 일단 주문부터 하자.”
종업원이 다가와 메뉴판을 세 사람에게 건넸다.
유시준이 메뉴를 펼쳐 보며 물었다.
“예원아, 전에 여기서 푸아그라 제일 좋아했잖아. 그거 먼저 시킬까?”
기억을 잃은 뒤로 이 레스토랑에 다시 온 건 처음이었다. 하예원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때, 옆에서 묵묵히 메뉴를 보고 있던 최도경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유시준 씨 회사가 잘 안 되는 거예요. 여자 비위 맞추는 데만 정성을 쓰니, 일이 뒷전일 수밖에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말끝은 늘 그렇듯 차가웠다.
하예원은 그런 그의 독설에 익숙했지만 여전히 속이 답답했다. 자신의 성격이 그리 급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유독 이 남자 앞에서는 늘 화가 치밀었다.
혹시나 그가 또 무례한 말을 이어갈까 봐, 그녀는 테이블 밑으로 손을 내밀어 그의 손등을 슬쩍 밀었다.
그만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손끝이 닿자마자, 최도경의 손이 단단히 그녀의 손을 감쌌다. 매끄럽고 힘 있는 손가락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어와 열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그렇게 다정한 손길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하예원은 놀라 몸이 굳었고, 본능적으로 손을 빼려 했다.
그러나 최도경은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손가락으로 그녀의 손등을 천천히 쓸었다.그 미묘한 감촉이 피부를 타고 번지며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하예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하지만 정작 최도경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단정히 앉아 있었다. 무표정한 그 얼굴에는 미세한 흔들림조차 없었다.
겉보기엔 냉정하고 품격 있어 보이지만, 속은 참으로 괴팍한 남자였다.
그때 맞은편의 유시준이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며 물었다.
“예원아,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 더운가 봐?”
하예원은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응, 좀 더워.”
유시준은 냉음료를 주문하려다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듯, 다시 최도경에게 시선을 돌렸다.
“최도경 씨, 남편이시라면 예원이 입맛은 잘 아시겠죠?”
그는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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