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2화

하예원은 그 순간, 최도경의 눈빛 속에서 스쳐 지나간 감정을 보았다. 아주 짧았지만, 그건 분명 깊고 진한 온기였다. 가슴이 얼음물에 덮인 듯 식었다. 방금까지 피어오르던 따뜻한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남은 건 싸늘한 공기와 멍한 허무뿐이었다. 그 시선은 자신을 향한 것이었을까. 하예원은 무심코 입을 열었다. “최...” 그 순간, 그의 눈빛에서 모든 흔들림이 사라졌고 남은 건 익숙한 냉정함뿐이었다. “그래.” 최도경의 짧은 대답이 공기 속으로 가라앉았다. 하예원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생각이 너무 빠르게 스쳐 지나가자, 머릿속이 새하얗게 굳어버린 듯했다. 그는 그녀의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말했다. “화장 정리해. 난 아래층에 다녀올게.” 최도경은 다가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짧은 숨, 조심스러운 손끝, 그리고 문이 닫히는 소리. 방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하예원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마주봤다. 거울 속의 여자가 낯설게 느껴졌다. ‘방금 그가 본 건 나였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 만약 자신이 그가 잊지 못하는 사람을 닮았기 때문이라면, 왜 3년 동안 그렇게 외면했을까. 아니면, 이 모든 게 민지영의 말처럼 단순한 오해일까. ‘그 사람’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걸까. ... 하예원이 연회장에 들어서는 순간, 홀 안의 웅성임이 잠시 멎었다. 그녀가 최도경과 함께 각종 연회에 자주 얼굴을 비추면서, 하예원의 위치 역시 눈에 띄게 달라졌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미 분위기의 흐름을 감지하고, 서서히 그녀에게 호의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아니었다. 그때, 최도경의 시선이 하예원을 향했다. 그는 앞에 있던 사업 파트너에게 짧게 “실례합니다.”라고 말한 뒤, 천천히 그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연회장 안에 음악이 흐르고, 최도경은 하예원 앞에 멈춰 섰다. 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에게 조용히 춤을 청했다. “여보, 춤 한 곡 출까요?” 오늘은 최도경의 생일이었다. 그의 아내로서 첫 무대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