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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원래는 깜짝 선물로 놀라게 해주려 했는데... 결국 내가 다 망쳐버렸네. 이제 나를 더 싫어하겠지? 그래도 뭐가 됐든 해야 할 말은 해야지... 생일 축하해.” 그날 그녀의 SNS에는 이렇게 단 한 줄만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때 너무나도 작고, 한없이 조심스러운 사람이었다. 하예원은 그 글을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피아노에 관한 말은 없었다. 고개를 갸웃하던 순간, 전화를 마친 최도경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의 깊고 묵직한 시선이 하예원에게 닿았다. “민지영 말이야.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 하예원은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내가... 어떻게 하고 싶으냐고?”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널 공개적으로 모함했으니,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지.” 하예원은 턱을 괸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세원시를 떠나게 해줘.” “좋아.” 그의 대답은 짧고 단호했다. 하예원은 냉정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물음이 흘러나왔다. “나... 피아노 칠 줄 알았어?” 그는 잠시 그녀를 내려다봤다. 깊고 검은 눈빛이 잔잔히 흔들리다 곧 고요히 가라앉았다. “네가 나한테 물을 일이야?” 하예원은 담담히 말했다. “난 아무 기억이 없어.” 짧은 정적이 흐르고, 그의 목소리가 낮게 떨어졌다. “결혼 후엔 단 한 번 쳤지. 아주 형편없게.” “그건 기억나.” 그녀는 미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근데 오늘은 왜 그렇게 잘 쳤을까?” 그의 미간이 살짝 움직였다. “몰래 연습한 거 아니야? 내 생일에 놀라게 하려고.”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몰래 연습해서 오늘 깜짝 선물하려던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의 시선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래. 아무리 오래 쳤던 사람이라도, 몇 년 동안 손을 놓으면 그 정도 실력은 안 나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연습하지 않으면 손끝의 감각은 무뎌지게 돼.”. 그 말의 뜻을 하예원은 바로 이해했다. 그녀는 피아노를 칠 때 약간의 낯섦을 느꼈다. 하지만 그 곡, 《은빛 파도》는 이상하리만큼 익숙했다. 마치 꿈속에서 수없이 반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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