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화
“사모님께서 피아노 못 친다더니, 이 정도면 거의 프로 아닌가요?”
“우리 딸이 5년 넘게 배웠는데, 사모님 실력의 절반도 안 돼요.”
“어쩐지 최도경 대표가 요즘 밖에 안 나가더라니, 이 정도면 밖에 나갈 이유가 없죠.”
“아까 누가 사모님께서 민지영 씨 질투해서 손을 다치게 했다던데, 이런 실력으로 질투할 이유가 있겠어요?”
그제야 사람들 입에서 웅성거림이 터졌다. 시선이 일제히 민지영에게로 쏠렸다.
“그럼 혹시... 민지영 씨가 일부러 넘어진 거 아냐? 사모님 탓하려고?”
“그럴지도 몰라요. 그런 구닥다리 수법, 요즘 누가 써요? 아직도 신데렐라 꿈꾸는 애들이나 저러지.”
비난이 쏟아질수록 민지영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피가 빠져나가듯 색이 사라졌고,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전한별의 표정도 굳어 있었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하예원이 피아노를 친다고?’
전한별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하예원이 결혼 후 피아노를 친 건 단 한 번뿐이었고, 그때 음이 엉망이라 모두가 웃음거리로 삼았다.
하씨 가문이 무너지기 전에도, 공식석상에서 연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시절 피아노로 이름을 알린 건 하지연이었다.
하지연은 하예원과 함께 ‘절대쌍교’라 불리던 인물이었다.
전한별은 숨을 몰아쉬었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때, 낯선 정적을 깨는 구두 소리가 들렸다.
규칙적이면서도 묵직한 걸음, 연회장 전체가 그 소리에 고요히 집중했다.
검은 슈트를 입은 최도경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가 걸을 때마다 공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공간은 순식간에 정적에 잠겼다.
그의 시선엔 오직 하예원만 있었다.
그녀 앞에 다가선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갑자기 피아노를 친 거야.”
그의 음성은 담담했지만, 단순한 놀라움이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감정이 스며 있었다.
하예원은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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