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1화
잠시 정적이 흘렀다가, 하예원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다른 데 가볼까요?”
남자의 대답은 여유로웠다.
“그래요.”
두 사람은 함께 쇼핑몰을 나섰다.
그때 남자가 무언가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이름이 뭐예요”
갑작스러운 물음에 하예원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이름까지 알아야 해요? 성은 하씨예요.”
남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예원이 되물었다.
“그럼, 그쪽은요?”
남자는 짧게 대답했다.
“강씨예요.”
그 역시 더 깊이 엮일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제야 하예원은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녀는 다른 고급 의류 매장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강 선생, 여긴 어때요?”
남자는 가게 간판을 힐끗 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들어가죠.”
그가 옷을 고르는 동안, 하예원은 휴대폰을 꺼내 유시준과 노서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내 주변에 강 씨 성을 가진 남자 있었어?”
가장 먼저 답이 온 건 노서연이었다.
“우리 고객 대부분 여자잖아요. 강 씨 남자는... 글쎄, 기억 안 나요.’
몇 분 뒤 유시준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예전에 학교 동창 중에 강 씨 있었지. 사진 보내줄게.”
그는 학창시절 사진과 최근 사진을 함께 보냈다.
하예원은 두 장을 번갈아 보다 고개를 저었다.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휴대폰을 내려놓은 그녀의 시선이, 여유롭게 셔츠를 고르고 있는 남자에게 닿았다.
자신이 그의 옷을 망가뜨렸으니 새 옷을 사주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이 남자, 어딘가 이상했다.
정확히 뭐가 불편한 건지 설명할 수 없었지만, 묘하게 낯설고 서늘했다.
기억을 잃은 뒤로는 이런 불안감조차 믿기 어려웠다.
‘혹시... 이 남자, 자신을 알고 있는 걸까?’
하지만 처음 봤을 때의 반응은 너무 자연스러웠다.
정말 처음 보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순간, 점원이 셔츠 몇 벌을 들고 다가왔다.
“이 정도면 괜찮네요.”
남자가 말했다.
하예원이 다가섰다.
“마음에 드는 셔츠 찾으셨어요?”
“이건 괜찮네요. 입어볼게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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