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0화
남자는 젊었다. 스물다섯이나 여섯쯤 되어 보였고, 키는 최도경과 비슷했다.
거의 190센티쯤, 보기 드물게 균형 잡힌 체형이었다.
길고 매끈한 다리는 잘 다려진 검은 슬랙스에 단정히 감겨 있었고, 깨끗한 흰 셔츠엔 먼지 하나 없었다. 윗단 두 개의 단추가 느슨하게 풀려, 그 작은 틈새로 묘한 여유가 흘러나왔다.
그의 눈은 이상하리만치 맑았다.
달빛이 스며든 듯한 복숭아빛 눈매가 은근한 물결처럼 흔들렸고, 그 시선이 스칠 때마다 공기마저 잔잔하게 떨렸다.
하예원은 잠시 말을 잃었다.
지금까지 본 남자 중 이런 분위기를 가진 사람은 오직 최도경뿐이었다. 그만큼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완벽했다
하예원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게 그쪽 서류예요. 혹시 빠진 부분 없는지 확인해보세요.”
남자가 눈썹을 살짝 올리고, 그녀가 내민 서류를 받았다.
대충 넘기던 그의 손끝이 잠시 멈추고, 낮고 단정한 음성이 이어졌다.
“문제없습니다.”
그 목소리는 첼로의 울림처럼 낮고 부드러웠다.
하예원은 작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괜찮다면, 전 이만 가볼게요.”
남자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하예원이 돌아서려는 찰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잠깐만요.”
하예원이 멈춰 섰다.
“네? 무슨 일이신가요?”
남자가 셔츠 윗부분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그제야 하예원은 단추 하나가 떨어져 있는 걸 봤다.
그녀의 시선이 바닥으로 내려가자, 구석에서 흰 단추 하나가 은빛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하예원은 단추를 주워 들며 미안한 듯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부딪히면서 단추를 떨어뜨린 것 같아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짧게 중얼거렸다.
‘단추 하나가 이렇게 쉽게 떨어져? 이 옷, 진짜 명품 맞아?’
하예원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제 실수니까 새 셔츠로 보상드릴게요. 괜찮으시죠?”
남자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쳤다.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바로 가죠.”
“네?”
남자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 그 긴 다리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보폭이 넓게 이어졌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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