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화
“내가 직접 갈게. 다른 사람이 내 물건 만지는 거 별로야.”
“잠깐 기다려.”
최도경은 책상 위에서 휴대폰을 집어 들며 말했다.
“경호원에게 당신 데려다주라고 할게.”
그 말에 마침 차가운 출입문 손잡이를 잡았던 하예원의 동작이 잠시 멈칫하더니 곧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됐어. 나 혼자 가면 돼. 어차피 모든 건 나 혼자 부르고 쓰고 했으니 납치한 사람도 없는데 뭐가 무서워?”
사실 그녀가 납치당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직 한 명은 있었는데 바로 강수혁이었다.
다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 사람을 다시 언급하는 것은 이미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녀가 혼자 꾸민 일이라면 조수 몇 명 부르고, 증언해 줄 사람 몇 명 매수하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작업 과정이라 할 수 있었다.
“말했잖아. 이 일은 계속 조사할 거라고.”
나지막하고 청량한 최도경의 목소리는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꼭 내 입으로 직접 ‘당신 믿는다’라고 말해야만 성차겠어?”
하예원은 머리를 돌려 남자의 심연처럼 깊고 그윽한 시선과 마주쳤다.
그녀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했다.
“말과 생각이 다르다면 그렇게 말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그럼, 뭐가 또 불만인 거야?”
“불만 같은 건 없어.”
최도경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온몸 구석구석 불만이 흘러넘치는데.”
“아마도... 내 남편이 다른 여자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는 걸 보니 가슴이 답답해서 그런 건 아닐까?”
최도경은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여전히 그녀를 향해 설명했다.
“내가 여러 번 말했잖아. 난 윤희설과 결혼하지 않는다고. 그 친구를 구한 이유도…”
하예원은 냉담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
“당신이 뭘 말하려는지 알아. 윤희설 씨도 두 사람은 그저 친구라고 했어.”
최도경의 미간은 펴지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의 몸에 고정되어 있었다.
하예원은 병실 문을 밀며 낮게 말했다.
“휴식하고 있어. 집에 가서 물건 챙겨올게.”
병실 문을 나서자, 숨 막히고 답답했던 느낌이 많이 누그러드는 듯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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