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최도경은 기억을 잃은 여자에게 예전의 일로 따지고 들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고 전한별의 계획은 그렇게 허무하게 무산되었다.
하예원은 창밖의 어두운 거리를 바라보며 문득 이수미와의 마지막 대화를 떠올렸다.
“전경훈은 지금 어디 있죠?”
이수미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미안하지만 나도 잘 몰라. 그때 일 이후로 완전히 자취를 감춰서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아는 사람이 없어.”
...
하예원은 자신이 잃어버린 기억에 대해 점점 더 호기심과 조급함을 느꼈다.
그래서 하루 시간을 내어 다시 병원에 검진받으러 갔다.
그러나 결과는 전과 다름없었다.
하예원이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자 의사가 조심스럽게 제안을 건넸다.
“만약 정말로 과거를 기억해 내고 싶으시다면 최면 치료를 시도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최면이요?”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예원 씨의 경우는 큰 충격이 아니라 교통사고로 인한 기억상실이기 때문에 최면이 꼭 효과가 있을 거라 확신하긴 어렵습니다.”
하예원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두 기억상실 사이에 차이가 있나요?”
“그럼요. 어떤 기억상실은 너무 큰 고통 때문에 본인이 기억하기 싫어하는 경우예요. 그럴 경우 기억은 사실 사라진 게 아니라 단지 자신이 회피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이런 경우는 최면하면 쉽게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하예원 씨처럼 외부 충격, 즉 사고로 인해 생긴 기억상실은 인위적으로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지 불확실합니다.”
하예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금 더 생각해 볼게요.”
진료실에서 나오는 길에 하예원은 뜻밖의 익숙한 실루엣을 보았다.
윤희설이었다.
그녀는 다른 진료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하예원이 멸 걸음 걸었을까, 멀지 않은 계단 어구에서 심심한 듯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윤수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윤희설은 얼마 전 다리를 다쳤고 생각해 보면 이제 회복됐을 시점이었다.
‘오늘 병원에 온 것도 재검진을 받기 위해서겠지.’
“윤수아 씨.”
하예원은 천천히 계단 쪽으로 걸어가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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