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하예원이 자조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난 스스로한테 수없이 말했어. 사람은 자존심도 있어야 하고 자립심도 있어야 한다고. 남자 없이도 살 수 있다고. 그런데...”
하예원이 씁쓸하게 웃었다.
“지금 난 권력도 없고 배경도 없고 의지할 사람도 없어. 게다가 이런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더라. 너란 존재의 후광이 없으면 난 그저 누구한테든 무시당하고 짓밟히는 존재일 뿐이야. 살아남을 수가 없어.”
최도경이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래서 그동안 네가 했던 일들 전부 이걸 위한 거였어?”
하예원은 자신이 머리로는 그와 상대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당신한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겠지만 나한텐 꽤 중요한 것들이야. 그걸 얻으려고 난 시간과 정성을 들였고 당신은 그동안 편안하게 누렸잖아. 서로 필요한 걸 주고받은 거니까, 그거면 된 거 아니야?”
최도경은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럼 그 3개월이라는 것도 날 붙잡으려던 게 아니라 네 앞길을 위한 계산이었단 말이야?”
하예원은 그가 너무나도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당신한테 매달린 게 벌써 3년이야. 그런데 그동안 당신은 단 한 번도 마음을 바꾼 적 없잖아. 고작 3개월 안에 뭐가 달라지겠어? 난 전에도 당신한테 잘해줬어. 당신은 그때도 아무 반응이 없었고 항상 차갑게 무시했어.”
살아남기 위해서, 현실 앞에서 자존심은 내려놓아야 했다.
‘자존심이고 자부심이고 밥 먹여주지 않으니까. 최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는 기반을 탄탄히 할 수 없어.’
전한별이 하예원을 모함했을 때 최도경의 말 한마디로 분위기가 바로 바뀌었다.
그래서 하예원은 이혼하기 전에 앞날을 미리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최도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잠시 후, 그는 조용히 병실을 나섰다.
...
윤수아에게 밀려 계단에서 떨어지기 직전 하예원은 본능적으로 머리를 감쌌다.
그런데도 머리가 참을 수 없이 아팠다.
자고 있을 때면 종종 단편적인 기억의 파편이 꿈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