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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하예원은 종업원을 따라 화려하게 꾸며진 복도를 지나갔다. 이번 고객은 조민규 감독의 소개로 만나는 사람이었다. 노서연 말로는 그녀가 조민규 감독과 오래전부터 돈독한 사이라 조 감독의 드라마 의상 대부분을 그들이 맡았다고 했다. 하예원의 디자인은 참신하고 세련돼서 많은 여배우에게 인기를 끌었고 조민규 감독의 드라마에 나온 의상이 어디서 맞춘 건지 묻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조 감독은 여러 고객을 하예원에게 소개해 줬다. 덕분에 하예원은 적지 않은 인맥과 자본을 쌓을 수 있었고 결국 독립해서 혼자 작업실을 운영하게 되었다. 하예원의 작업실은 고급 여성 맞춤복만 다루는 곳이었다. 주 고객은 여배우들이고 그 외에도 재벌가 자제가 많았다. 연예인이 이런 유흥 공간에서 만남을 가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종업원의 발걸음이 어느 룸 앞에서 멈췄다. “이 방입니다.” “감사해요.” 하예원은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문을 가볍게 두드린 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방 안에는 남녀 할 것 없이 십여 명이 모여 술자리를 벌이고 있었다. 여자들은 목소리 높여 교태를 부리며 노출이 심한 옷차림으로 남자들 품에 기대어 있었다. “한 대표님, 저랑 한 잔 더 해요. 곧 꿈에 그리던 이상형이 오신다면서요? 그럼 전 또 잊히겠네요.” 한 대표라고 불린 남자는 말쑥한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였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걸 보면 술을 꽤 마신 듯했다. 눈빛도 이미 흐릿했다. 여자의 농담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한강훈은 술잔을 들어 원샷했다. 이 광경을 본 하예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예원은 여기 오기 전까지 상대의 얼굴은커녕 성이 진 씨라는 것밖에 몰랐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본 뒤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진 양 계신 가요?” 그녀의 목소리에 한 대표 옆에 붙어 있던 한 젊은 여자가 슬쩍 그를 밀었다. “한 대표님, 그 꿈에 그리던 이상형, 혹시 저 언니 아니에요? 와, 진짜 예쁘다.” 한강훈은 고개를 들고 흐릿한 시선을 들이댔다. 눈길이 하예원에게 닿은 순간 한강훈의 눈빛이 번쩍 빛났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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