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유시준의 친구인 심준하는 하예원과도 일면식이 있었지만 하예원은 기억을 잃은 상태라 심준하에 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심민재는 내내 입을 다물고 있던 젊은 여자를 밀며 말했다.
“심가영, 얼른 인사드려.”
두 눈이 퉁퉁 부어 있고 얼굴에 피곤기가 가득한 심가영은 꺼림칙한 표정으로 하예원에게 억지로 사과를 건넸다.
“하예원 씨, 어제 일은 제가 잘못했어요. 죄송합니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
하예원이 아직 대답도 하기 전에 계단 쪽에서 맑고 서늘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날 심가영 씨 손이 잘린 다음에 누군가가 사과하면 심가영 씨는 용서해 줄 수 있을까요?”
그 말이 떨어지자 심준하, 심민재, 심가영 세 사람의 얼굴빛이 동시에 싸늘하게 변했다.
검정 슬랙스에 흰 셔츠를 입은 최도경이 우아한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최도경의 표정은 무심했지만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살벌한 분위기가 서려 있었다.
여기 오기 전까지 심민재도 최도경이 이 정도로 분노하고 있을 줄 몰랐다.
심민재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
최도경은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
어젯밤, 심민재는 심씨 가문 어르신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 너머에서 어르신은 극대노하며 최후통첩까지 내렸다.
“최도경의 화를 풀지 못하면 심가영의 일에서 손을 떼. 그 애는 스스로 벌받게 내버려둬. 해외에서 말썽만 피우고 현지 가족들이랑 심하게 다퉈 쫓겨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최도경까지 건드려? 네 여동생 하나 때문에 심씨 가문 전체가 흔들리고 있어. 계속 이 모양 이 꼴이면 내가 그 애를 족보에서 빼버릴 거야.”
심가영은 심민재의 친동생이었다.
항상 심민재가 심가영이 저지른 사고의 뒤처리를 해왔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요 몇 년 동안, 심가영과 심민재는 외국에서 함께 살았다.
몇 달 전, 심가영은 해외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 부잣집 아들을 크게 다쳤고 그 일을 심민재가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자 심가영을 세원시로 데려와 숨어 지내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심준하는 심민재와 심가영의 사촌 형이었다.
이 사태를 수습하기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