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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이틀 후, 구도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입가에는 즐거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지난번 일은 승아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어. 나와서 씻고 같이 웨딩드레스랑 반지 보러 가자.” 서은수는 웨딩드레스 가게로 끌려갔다. 차에서 내리자 이미 가게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강승아와 구도영이 눈에 들어왔다. 강승아는 반갑게 맞이하며 다가왔다. “은수 왔네? 지난번에는 제대로 축하도 못 해줬더라. 나랑 도운이는 베프야. 오늘은 내가 함께 웨딩드레스 골라줄게!” 그녀는 웃음을 지으며 서은수가 당황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서은수는 조금의 놀라움이나 혐오감도 드러내지 않은 채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신경 써줘서.” 강승아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지만 곧 다시 미소 지으며 구도운과 구도영의 팔을 한쪽씩 낀 채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럼 나도 같이 입어볼까? 실은 나도 곧 결혼하거든.” 서은수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축하해.” 강승아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갔다. 그 후, 서은수가 조금이라도 눈길을 주는 웨딩드레스가 있으면 강승아는 먼저 직원들을 불러 입어보곤 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입고 나올 때마다 구도운의 손을 잡고 물었다. “도운아, 어때? 예뻐?” 구도운은 매번 넋을 잃은 듯 바라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구도영 또한 강승아의 주변을 맴돌며 두 남자 모두 서은수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직원들은 부러운 듯 말했다. “신부님은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강승아는 놀란 척하며 한쪽 구석에 서 있는 서은수를 돌아보았다. “은수, 미안. 네가 신부이니 먼저 입어봐야겠지?” 그녀는 또 구도운의 가슴을 톡 치며 말했다. “도운이 너도 그래. 신부를 저렇게 내버려 두면 어떡하니!” 직원들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고 구도영은 입꼬리를 씩 올리고 비웃었다. 구도운은 그제야 서은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마음에 드는 거 있어?” 서은수는 대충 드레스 한 벌을 골라 탈의실로 들어갔다. 나왔을 때 그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직원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손님. 강승아 씨가 반지 고르러 간다고 남자분 두 분 다 같이 가셨어요. 손님께서는...” “괜찮아요.” 서은수는 웨딩드레스를 벗어 돌려주고 곧장 가게를 나섰다. 곧 강승아는 눈부신 다이아몬드 반지를 낀 사진을 피드에 올렸다. [도운이가 플렉스 해서 낙찰받은 다이아몬드 반지.] 서은수는 그 사진을 잠시 쳐다보다가 휴대폰 화면을 끄고 짐 정리를 계속했다. 가져갈 옷가지와 생활용품 외에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물건, 심지어 구도운에게 선물했던 물건들까지 싹 다 찾아내서 버리고 없앴다. 나머지 구도운이 선물한 것들은 일절 손대지 않았다. 막 캐리어를 정리해 옷장에 넣어두자 구도운이 파란색 벨벳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경매에서 너 주려고 산 반지야.” 서은수는 그것이 강승아의 피드에 올라왔던 반지의 사은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무덤덤하게 반지를 받아 한쪽에 놓았다. 너무나 냉담한 반응에 구도운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시선을 돌려 쓰레기통에 버려진 그녀가 한때 엄청 아끼던 커플 컵을 발견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는 눈썹을 치키며 물었다. “컵은 왜 버렸어? 삐졌냐?” 서은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아니.” 하지만 구도운은 본인 생각을 더 굳혔다. “웨딩드레스 때문에 그래? 승아는 그냥 내 친한 친구일 뿐이야. 몇 년 만에 만나서 조금 더 신경 쓴 것뿐이라고.” 그는 손을 뻗어 서은수를 끌어안았다. “뭣 하러 질투해? 나랑 승아가 서로 좋아했다면 진작 사귀었겠지? 은수야, 넌 내 신부야. 내 마음 아직도 모르겠어?” 그 말을 듣자 서은수의 심장이 옥죄이듯 격렬하게 아파왔다. 그녀의 눈가가 붉어졌다. 구도운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안해, 속상하게 해서.” 그 말을 듣자 서은수의 손가락 끝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어 손톱이 손바닥 깊숙이 파고들 지경이었다. 그 순간, 서은수는 충동적으로 그에게 따져 묻고 싶었다. 그의 진심과 거짓을 가려내고 싶었고 지난 3년 동안 단 1%라도 진심이 있었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녀는 억지로 삼켰다. 이때 구도운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그래 승아야... 지금 바로 갈게...” 전화를 끊고 그는 서은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나 볼일 생겨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푹 쉬고 며칠 뒤에 가장 예쁜 신부로 만나자.”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몸을 돌려 나갔다. 서은수는 침대에 앉아 눈물을 삼켰다. 두 시간 후, 그녀는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잠자리에 들었다. 흐릿한 의식 속에서 갑자기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술집에서 강승아와 파티를 즐기고 있어야 할 구도운이 들어왔다. 그는 술 냄새를 풍기며 셔츠 단추를 아무렇게나 집어뜯고 그녀의 이불을 걷어내더니 다짜고짜 덮쳐들었다. 피부가 맞닿는 순간, 서은수는 잠이 확 깼다. 순간 그녀는 더없이 선명하게 느꼈다... 지금 자신을 덮친 사람이 구도영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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