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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천씨 저택에서 열린 돌잔치... 임채아가 아이를 안고 천우진과 함께 하객들 사이를 누볐다. 조명이 비추는 곳마다 아첨과 칭찬이 이어졌다. 그녀 역시 처음의 억지스러운 상냥함에서 벗어나 점차 들뜨기 시작했다. 천우진의 엄마 유하경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감탄했다. “채아야, 너는 우리 가문의 큰 공신이란다. 애초에 너랑 우진이를 결혼시켰어야 했는데... 아이도 못 낳는 그 계집애한테 자리를 뺏겼네.” 예전 같았으면 천우진이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선뜻 나서서 임유아를 변호하고 심지어 부모님과 크게 다투기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아이나 달래고 있을 뿐 아무것도 못 들은 척했다. 그의 마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임채아에게 기울었다. 천씨 가문과 가까운 지인이 아양을 떨었다. “유아는 참 복에 겨운 아이라니까요. 채아처럼 마음 써주고 힘든 일을 나눠주는 동생이 있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지 몰라요.” 이 말을 들은 임채아는 여느 때처럼 쑥스러운 듯 굴었다. “사실이긴 하지만 이런 말은 언니가 들으면 서운해할지도 몰라요...” 말을 이어가던 그녀는 없는 눈물을 닦아내며 마치 억울하지만 꿋꿋이 버티는 척하고 있었다. 천우진이 곧장 그녀를 품에 안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다들 우리 채아가 얼마나 속 깊고 현명한 여자인지 알고 있어. 앞으로 유아가 널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 그 말은 즉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나서서 편들어주겠다는 뜻이었다. 설령 그 대상이 자신의 아내일지라도... 임유아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고 야유 섞인 말들도 똑똑히 들었다. 천우진의 행동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무덤덤해진 그녀였다. 비록 지금도 심장이 계속 아프게 저렸지만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는 그들에게 ‘선물’을 하나 주기 위해서였다. 임유아는 느긋하게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 “한 여사님, 방금 제게 그런 동생이 있다는 게 복에 겨운 거라고 하셨죠? 그럼 이 복 여사님께 드릴 테니 받으시겠어요?” 그녀의 말에 상대방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하지만 뒷담화하다 들킨 마당이라 반박할 명분이 없어서 그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유아 너 지금 무슨 망언이야? 어른한테 왜 이렇게 예의 없이 굴어?” 임상훈 부부가 그녀를 나무라려 했지만 애석하게도 그녀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혼인신고서를 펼쳐 들었다. “여러분, 오늘은 아기의 첫돌잔치이기도 하지만 제 동생과 제 남편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해요. 두 사람이 건망증이 좀 심한지 혼인신고서를 집에 놓고 왔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특별히 가져왔답니다. 다들 잘 살펴보세요...” 하객들이 속속 그녀에게 몰려들었다. 혼인신고서에 찍힌 도장과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주변에서 놀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우진이는 채아랑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고 단지 대를 잇기 위해서라고 했잖아? 어쩌다 해외까지 가서 혼인신고를 한 거지?” 다른 이가 거들었다. “두 사람 진작 눈 맞아서 바람피운 거 아니야? 대를 잇는다는 건 핑계일 뿐이지.” 주변의 의논 소리가 점점 커졌고 하객들의 시선 역시 천우진과 임채아를 향해 더 경멸적으로 변해갔다. 몇몇은 인간관계를 생각해 입을 다물었지만 속으로는 혀를 차고 있었다. 임채아가 가장 먼저 멘탈이 흔들렸다. 몰래 아이를 꼬집자 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그녀가 애처롭게 호소했다. “언니! 우진 오빠가 이제 나를 정식으로 책임지고 싶다고 먼저 말했어. 언니는 모든 것을 다 가졌으면서 왜 이렇게 내 사소한 것까지 탐내는 거야?”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의 잘못은 일절 없다는 듯 책임을 회피했다. 천씨 가문과 임씨 가문의 양가 부모님들도 때맞춰 끼어들어 그들을 옹호했다. 당장 경비원을 불러서 임유아를 끌어내라고 소리까지 쳤다. 천우진은 바짝 긴장하더니 깊은숨을 들이쉬고 즉시 언성을 높여 경고했다. “됐어요. 다들 그만 해요!” 그는 임유아 앞으로 다가와 실망한 기색을 담아 말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네 동생 망신 주는 게 원하던 바야?” 임유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사람들 뒤편의 스크린이 갑자기 켜지며 흐릿한 영상 하나가 재생되었다. 영상 속 임채아는 피투성이 몰골로 카메라를 향해 애원하고 있었다. “언니, 내가 잘못했어. 우진 오빠 좋아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제발 그만 때려. 나 너무 아파.” 이어서 임유아의 목소리가 영상 속에 등장했다. “용서? 해줄게. 오늘 일 입 밖에 내기만 해봐. 남자들 열댓 명 불러와서 널 괴롭히게 할 거야. 그때도 그렇게 순진한 척할 수 있을지 두고 봐.” 영상은 여기서 끝났고 사람들은 경악한 눈으로 임유아를 바라보았다. 임채아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녀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선물 준비하는 건 언니만 잘하는 게 아니야. 나도 언니를 위해 준비했지.’ 영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천우진이 진짜라고 믿으니까. 그는 핏줄이 곤두서고 분노에 찬 눈빛은 불을 뿜을 듯했다. “경비 불러서 임유아 당장 물탱크에 가둬! 내가 똑같은 고통 맛보게 해줄 거야.” 임유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곧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깨달았다. 변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두 명의 경비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는 마치 낡은 천 조각처럼 질질 끌려 물탱크 안으로 던져졌다. 위쪽의 덮개가 닫히자 임유아도 탈출구가 완전히 막혀버렸다. 그녀는 미친 듯이 물탱크를 두드렸지만 이내 코로 많은 물이 쏟아져 들어오며 질식감이 전신을 뒤덮었다. 팔다리에 서서히 힘이 풀리고 의식이 흐릿해지는 순간, 그녀는 천우진이 다급하게 달려오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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