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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첫 번째는 천우진이 정관 수술 후, 수술 과정의 실수로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진단서였다. 두 번째는 천우진이 임채아를 만나기 위해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성급하게 서명했던 이혼 합의서였다. 세 번째는 임채아가 밖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현장을 찍은 사진이었다. 임채아는 그 당시 수억 원을 들여 입막음했다. 임유아는 원래 이 비밀들을 영원히 묻어두고 우아하게 떠나려 했지만 천우진의 행동이 도가 지나쳤다. 임채아를 향한 그의 편애에 임유아는 마지막 한 가닥의 미련까지 모조리 내려놓게 되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임유아는 세 개의 문서를 합쳐 배달 기사에게 건네며 현찰을 두둑이 건넸다. “오늘 자정에 천우진한테 전달하고 본인이 직접 수령했는지 꼭 확인해야 해요.” 배달 기사는 냅다 승낙하며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돈을 받아들었다. 동시에 임유아는 항공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임유아 고객님, 에덴국으로 향하는 항공편 CA981 예약이 완료되었습니다. 출발 예정 시각은 14:20이며 좌석 번호는 17A입니다. 원활한 여정을 위해 출발 2시간 전까지 공항에 도착해주시기 바랍니다.] 화면이 꺼지고 그녀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렸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진아, 내가 보낸 생일선물 마음에 들길 바라. 그리고 있잖아, 난 네가 평생 손에 넣을 수 없는 사람이 될 거야.” 임유아는 천우진에게 작별하는 동시에 과거의 자신에게도 작별을 고했다. ... 그 시각, 천우진은 한창 임채아와 함께 오늘 밤 생일 파티 현장을 꾸미고 있었다. “오빠, PPT에 우리 사진 넣는 거 어때?” 임채아가 그에게 머리를 기대고 팔을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천우진이 입을 열려던 찰나, 머릿속에 별안간 두 개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한순간 임채아였다가 다음 순간 임유아로 변했다. 어느샌가 심장 한구석에 생긴 구멍은 더 이상 복구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는 약간 괴로워하며 고개를 내젓고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네가 알아서 정해. 네가 원하는 대로 꾸미면 돼. 나 잠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게.” 그는 혼자 발코니로 나가 휴대폰 연락처를 뒤적였다. 문득 시선이 [임유아]라는 이름 위에 머물렀고 한참이나 멍하니 있었다. 예전에는 아무리 바빠도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두 보고했었고 한창 뜨겁던 열애 기간에는 종일 휴대폰만 붙들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임유아와 둘 사이에 친밀함 대신 차갑고 서먹한 거리감만 남았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은숨을 내쉬었다. 뿌옇게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임유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유아야, 오늘 내 생일이야. 예전 일 때문에 토라져서 안 오는 건 아니지? 첫 왈츠는 꼭 너랑 추기로 약속한 거 잊지 마.] 파티의 첫 춤은 오직 그와 임유아만을 위한 약속이었다. 아무리 화나고 토라지더라도 이 약속이 있는 한 무조건 참석할 거라 확신했다. 심지어 성대한 드레스를 입고 와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까지 상상하고 있었다. 이윽고 밤이 되자 생일 파티가 시작되었다. 손님들이 줄지어 도착했고 화려한 조명 아래 서로 잔을 부딪치며 화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평소에는 이런 일에 일절 관여하지 않던 천우진의 할아버지 천동욱마저 파티에 참석해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우리 손주며느리는 왜 안 보여? 우진이 생일인데 왜 안 보이지?” 순간 뭇사람들은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봤고 분위기가 점차 싸늘해졌다. 다들 알다시피 천동욱은 손자인 천우진만큼이나 임유아를 소중하게 여겼다. 그 때문에 최근에 일어난 일들을 감히 그에게 보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임채아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감히 이런 판에 끼어들지 못했을 테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랐다. 그녀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까. 임채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곤히 잠든 아기를 안고 앞으로 나섰다. “할아버지, 언니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오게 되었어요. 보세요, 제가 우진 오빠를 위해 낳은 아들이자 할아버지의 증손자예요.” 임채아는 말하면서 이미 천동욱에게 상 받을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천동욱은 예전에 임유아가 아이를 한 명 낳으면 200억을 주고 두 명을 낳으면 회사 지분까지 주겠다고 했었다. 이제 그 모든 상은 자신의 것이 되었다. 그녀야말로 천씨 가문 증손자의 생모이니까. 임채아는 은근히 의기양양해졌지만, 점점 어두워지는 천동욱의 얼굴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넌 유아 동생인데 어떻게 우진이랑 그런 관계가 될 수 있단 말이냐! 이건 말도 안 되는 짓이야!” 천동욱이 가슴을 부여잡고 격노했다. “빨리 우리 유아 불러와!” 천동욱은 지팡이로 바닥을 맹렬히 두드리며 소리쳤다. “너희들 일부러 유아 안 부른 거야? 대체 유아한테 무슨 짓을 한 거니?” 그는 살아있는 동안 천우진 부부에게 몇 마디 조언이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증손자가 생겼다고 한다. 천동욱은 어리석지 않았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에 오직 자신만이 내막을 모른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천우진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핑계를 대려던 찰나, 연회장 문이 갑자기 열렸다. 배달 기사가 서류를 건네고 천우진이 서명한 후 말했다. “이건 임유아 씨가 보낸 생일선물입니다. 천우진 씨가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천우진은 살짝 어리둥절해진 채 서류 봉투를 열었는데 하얀 사진 여러 장이 쏟아져 나와 바닥에 흩어졌다. 모두가 반응하기도 전에 임채아가 본능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보지 마! 다들 눈 감아요! 보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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