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8장 이혼하면 안 돼

"조용히 디자인만 하게 하면, 디자인이 무조건 인정받을 수 있을 거예요, 할아버지,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배지훈은 정말 민여정의 실력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어쩌면 내 실력이 안 된다고 믿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는 계속 민여정이 재능이 있다고 설명했고 국제에서 상도 받았다고 했었다. 심지어는 해외의 몇 개 프로젝트도 그녀가 디자인했다고 했었다. 그는 그 프로젝트들을 모두 내가 했다는 걸 철저히 잊어버렸다. 만약 그가 알아봤었다면, 총디자이너 이름이 내 이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을 텐데, 애석하게도 그는 알아보지 않았다. "할아버지, 여정이한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배지훈, 그만해!" 어르신은 찻잔을 세게 테이블에 내려쳤다. "민여정이 재능이 있어? 걔가 제출한 프로젝트 봤어? 통과된 디자인이 있어?" "하연이가 있었을 때는 통과율이 70%는 됐어, 민여정은?" "네가 누굴 좋아하든 상관 안 해, 하지만 회사 이익에 영향 주면 안 돼!" 나는 계속 고개를 떨구고 그들의 일에 끼어들지 않았다. 어르신이 충분히 똑똑하게 말했다. 그는 그저 회사의 이익만 중요할 뿐, 디자이너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였다. 회사에 돈을 벌어다 주는 디자이너가 좋은 디자이너라는 거였다. "아니에요, 할아버지, 강하연의 디자인은, 그 디자인들은..." 배지훈이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내 디자인이 뭐?' 내 디자인은 모두 내 것이었기에 그는 아무 문제점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의 나는, 아마 노력은 계속하지만, 아무런 재능이 없는 디자이너여야 맞는 거였다. 어쩌면 그가 떠올린 것일 수도 있었고, 어쩌면 다른 생각을 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할아버지, 저도 형수가 디자인하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해요, 형수가 확실히 능력이 강해요." 배윤성은 줄곧 내 편에 서 있었고, 배지훈과 싸우기까지 했다. 배지훈은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할아버지, 제가 강하연이랑 이혼할 텐데, 굳이 돌아오라고 할 필요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