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4장 할 말 있어

"네." 성문걸은 무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냈고 민여정은 그제야 당황해했다. "잠깐!" 민여정은 흥분해서 날 바라보았다. "너 미쳤어?" "네가 미쳤지, 지금 무슨 짓 하는지 알아?" 나는 한 발 다가가 아직 기절해 있는 배지훈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성수지의 '배지훈이 뭐가 좋다고 다들 걔한테 미쳐 있는 거야?'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가 전에 만난 여자들이 모두 그랬다. 여진아도 그랬고 지금 민여정도 그랬다. 나는 별다른 표정 없이 민여정을 바라보았다. "이거 놔, 검사하게 해, 안 그러면 신고할 거야." 지금 배지훈이 완전히 정신을 차린 게 아니었기에 나는 민여정한테 뭔 짓을 하지 않을 거였다. 그러다 배지훈이 깨어나면 내가 또 죄인이 되기 때문이었다. "안돼, 그럴 수 없어!" "나 포기 못 해, 지훈이는 날 사랑해, 지훈이는 내 거야!" 민여정은 몸을 비틀거렸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몸이 뒤로 쓰러졌다. 병실 문 앞에 난리가 났고 어르신도 사람을 데리고 달려왔다. 나는 배씨 가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얼른 성문걸한테 검사하라고 했다. "강하연, 너 또 뭐 하는 거야?" 큰어머니는 불쾌해하며 나를 보았고 의사를 막으려고 했다. 어르신의 사람이 그녀를 막았고 어르신은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민여정이 지훈이한테 환각제를 먹였는데, 중독될 수 있어요." 내 말을 듣자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는 서로 마주 보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꿍꿍이를 하고 있는지 몰랐다. 배지훈은 그간 확실히 재수가 많이 없었다. 약도 탔고 방사능도 당했고 맞기까지 했고... 나는 심경이 복잡해져서 병실에 누워있는 그를 바라보며 미안해했다. 지금 그가 이렇게 된 건 나랑 연관됐기 때문이었다. 어르신이 데려온 사람이 민여정을 데리고 갔고 나는 별말 하지 않았다. 그녀가 죽든 말든 나와 상관없었기에 배지훈이 굳이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해도 나는 할 말 없었다. 어르신은 경호원한테 건물을 봉쇄하라고 했고 모두 조용히 배지훈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시간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