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1장 재수 없다

성수지는 난감해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요즘 생리가 불규칙적이라 진료 보러 갔었는데, 민여정이..." "어차피 낯빛이 안 좋았어, 게다가 의사랑 싸우더라고, 나도 대충 들었어." "구체적인 건 나도 몰라, 궁금하면 내가 알아볼까?" 나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니." 성씨 가문 병원이라는 건 알지만 나 때문에 그녀가 몰래 알아보는 건 싫었다. 환자의 프라이빗을 몰래 물어보는 건 하지 말아야 할 일이었다. 더군다나 민여정이 아이한테 문제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민여정의 아이는 사실 처음부터 남기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녀가 건강하다고 해도 정자의 질이 안 좋아서 쉽게 유산할 것이었다. 그때 나도 자료를 많이 찾아보았고 배지훈의 상황도 잘 알았다. 지난번 방사능 때문에 정자의 질이 영향받았고 방사능을 억제하는 약이 완전히 격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민여정이 남기고 싶어 했고 어르신도 도박하고 싶어 했기에 이 아이가 남을 수 있었던 거였다. 아직 3개월도 되지 않았기에 위험할 확율이 더 높았다. 갑자기 역겨운 큰어머니의 얼굴이 뇌리를 스쳤다. 그녀가 민여정한테 건강식품을 많이 주었고 민여정한테 다정하게 구는 모습이 왜인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이제는 배씨 가문 사람이 아니었기에 이 일을 알아볼 필요가 없었다. 결국 나는 그걸 참고 그 일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배윤성한테서 조서를 작성하고 난 경찰이 내 병실에 왔다. 마은영을 보자 나는 멈칫했다. 그녀는 내가 사고를 당한 걸 알고 있었고 부자연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강하연 씨, 정말..." "재수가 없죠." 나는 그녀의 말을 이어 말했다. 그녀는 어색하게 웃고서야 조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때 내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차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잘 알지 못했다. 나는 아까 배지훈한테 했던 말을 다시 했고 마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구체적인 상황은 알겠습니다. 배윤성 씨의 차를 검사 보냈으니 아마 곧 알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