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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장 주변에 앙심을 품은 사람이 있다

민여정이 갑자기 쓰러졌기에 결국 회의는 흐지부지 끝났다. 나는 배지훈이 무조건 재심을 요구할 거라고 알고 있었다. 두 회사의 디자인이 너무 비슷했고, 배성 그룹은 초기에 작성된 디자인 원고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표절에 관해 조사하려면 실질적인 증거가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공사에 지장이 생기게 될 것이고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여정은 더는 조사할 수 없었지만 배성 그룹 내부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특히나 회사에 별로 오시지 않던 어르신이 나타나자 다들 긴장해 했다. 유영애가 나를 대표 사무실로 부르면서 나지막하게 귀띔해 주었다. "어르신이 기분이 많이 안 좋아요, 이번 일 해결하기 힘들 것 같아요, 말조심해서 하세요." "이번 일이 너무 커서, 아무도 책임 못 져요." 나는 의아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전에 유영애는 나를 별로 안 좋아했었다. 매번 내가 연회에 참석하려고 액세서리랑 옷을 가지러 가면, 그녀는 날 난감하게 했었다. 하지만 내가 배지훈이랑 이혼하는 걸 알게 되자 오히려 태도가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내가 말하지 않자 그녀가 또 말했다. "조금 이따 정신 똑바로 차려요, 뒤집어쓰지 말고요." "감사해요." 나는 그녀를 보며 웃었다. 유영애는 어색해했지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무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나는 분노에 찬 어르신의 소리를 들었다. "이렇게 중요한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해, 배지훈, 정말 실망이야." 유영애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서야 문을 두드렸다. "강 대표님 오셨어요." "들어와." 어르신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들어가서야 나는 배지훈뿐만 아니라 배진호와 배윤성도 있는 걸 보았다. 배윤성이 계속 나한테 눈치를 주었는데 긴장해 하는 것 같았다. 내가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배진호의 비꼬는 소리가 들렸다. "강하연, 정말 대단해, 배성 그룹 뒤통수 제대로 쳤네, 대체 배지훈 얼마나 원망하면 이래?" "배진호, 모함하지 마, 하연이랑 상관없는 일이야." 배지훈이 분노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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