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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장 걔는 아니야

배진호가 이렇게 당당한 건 처음이었고 너무 티 나게 좋아했다. '전에는 그래도 아닌 척하더니, 이제 연기도 안 하는 거야?' '앙심을 품은 사람을 조심하라는 건 뭐야?' 나는 고개를 숙이고 그의 말뜻을 생각했다. '설마 민여정이 한 짓인 걸 아는 거야?' '지금 배지훈 주변에 있는 게 민여정밖에 더 있어?' 나는 곧 이혼하고 전처가 될 거고, 배윤성은 먼 친척 동생이었기에 배지훈의 주변 사람이라고 할 수 없었다. 배지훈은 생각에 잠겨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어르신은 또 당부 몇 마디 하고는, 이 일을 무조건 끝까지 조사하겠다고 했고, 제대로 제소하겠다고 하고서야 회사를 나갔다. 나도 사무실을 나가려고 했는데 배지훈이 나를 불러세웠다. "하연아, 잠깐만, 물어볼 게 있어." 나도 이번 일이 큰 일인 걸 알았기에 그저 가만히 있었다. "말해, 뭘 묻고 싶은데?" "민여정이 그랬다고 생각해?" 그가 떠보듯 묻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으로는 그런데, 확실치는 않아." "그렇게 하면 걔한테 득이 될 게 없잖아, 그런데 또 모든 증거들이 민여정을 가리키고 있어." '배지훈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걔한테도 좋을 게 없잖아?' 그러면 그녀의 아이도 배성 그룹을 물려받을 자격이 없게 된다. 민여정은 그걸 모를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민여정 말고 이런 멍청한 짓을 또 누가 할 수 있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배지훈도 침묵했다. 이 일은 그렇게 아무런 단서가 없었다. "지훈아, 나 CCTV 보고 싶어, 디자인팀에 이상한 사람이 들어온 적 없는지 보고 싶어." "그리고 기술팀한테 우리 컴퓨터나 인터넷 검사해달라고 해, 자꾸 이상한 느낌이 들어."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으니까, 비밀리에 조사해." '만약 해킹당했으면 상대방에서 우리 디자인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배지훈은 한숨을 쉬었다. "다른 방법 없어, 일단 내부 조사하자." "네 사무실 쪽은?" "조사받아야지, 사안이 사안이잖아, 이해해." 나는 순진한 대학생이 아니었기에 이 일에 당연히 수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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