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66화
구경민은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윤희야, 너랑 장난하고 싶은 마음 없어. 처음부터 내 의사가 아니었다고. 이건 내 말을 믿어줘.”
고윤희가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가능한 일이야?”
그녀는 고개를 들고 무표정한 얼굴로 구경민과 자신을 바라보았다.
“당신과 나는 같은 세계를 사는 사람들이 아니야. 조금 전까지 나는 누군가에게 개처럼 끌려서 여기까지 왔어. 그 인간들이 당신 지시가 없이 그런 행동을 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아. 그런데 지금 나한테 같이 집에 가자고?”
“개목줄로 부족했어? 다음엔 또 뭐로 고문할 거야? 당신 부인 최여진 씨는 어쩌고 혼자 왔어?”
“사모님, 저희한테 사모님은 당신 한 명뿐입니다.”
고윤희의 쇠고랑을 잘라낸 주광수가 울먹이며 말했다.
고윤희는 천천히 주광수에게 시선을 돌렸고 주광수가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 저 광수예요. 저 기억하시죠? 처음에 산 속에서 제가 사모님과 한진수 씨를 보내드렸잖아요. 저희 집사람이 아이를 출산했을 때 사모님이 문병도 오셨잖아요.”
고윤희는 정신병동에 오래 갇혀서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멍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고윤희는 다시 시선을 구경민에게 돌렸다.
주광수의 말을 신경 쓰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았다.
“경민 씨.”
고윤희는 갈린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당신이 어떤 방식으로 고문하든 그렇게 해야 당신이나 당신 부인 마음이 풀린다면 그렇게 해. 하지만 무고한 사람은 건드리지 마. 내가 원하는 건 그거 하나야. 어머니는 칠순이 넘었어. 풀어주면 알아서 방랑생활을 하든 하실 거야. 제발 그렇게 해줘.”
“그분은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야. 그 아들이 나를 구해주고 내가 그 아들과 같이 살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아들이 죽었어! 그러니까….”
고윤희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한진수 씨는 황야에서 고독하게 죽었어. 시신조차 처리해 주지 못했다고. 어머니 혼자 힘으로 복수하고 싶어도 그럴 능력도 힘도 없어. 그러니 제발 그 불쌍한 노인을 풀어줘.”
“당신이 원한다면 나는 어떤 고문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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