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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7화

“당신은 믿지 못하겠지만 20일 전에 당신의 행복을 바라고 동부지구를 떠난 건 사실이야. 당신과 한진수가 평생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어.” 구경민은 또박또박 진심을 다해 그녀에게 말했다. “그거 알아? 당신과 나도 참 오랜 시간을 함께했지만 항상 헌신하는 쪽은 당신이었어. 당신은 항상 내 감정이나 입장을 배려해 주었지만 난 항상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지. 그래서 당신에게 미안했어. 당신이 한진수 씨 앞에서 웃고 있는 걸 보면서, 바닥에 떨어진 남은 반찬들을 주워담으면서도 웃는 당신의 얼굴을 보면서 놓아주기로 한 거야.” “그때 당신은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으니까. 그래서 당신을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었어. 당신에게 돈을 준 것도 일단은 당신이 있을만한 거처를 찾기를 바랐어. 돈만 주고 돌아갔던 건 돌아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였어. 난 내 업무를 모두 소경이에게 넘기고 동부지구로 돌아올 계획이었어.” “당신과 가까운 곳에 살면서 평생 당신과 당신 남편, 그리고 아이를 바라만 보며 살려고 했어. 특별히 원하는 건 없었어. 그냥 당신과 아이가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옆에서 볼 수만 있다면 만족할 수 있었어.” 고윤희는 여전히 아무 동요도 없는 표정으로 구경민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기괴한 웃음이었다. 마치 목각 인형이 웃는 것 같은 기계적인 웃음소리. 그 웃음소리에 옆에 있던 주광수마저 놀라서 흠칫 어깨를 떨었다. 하지만 고윤희를 원망할 수는 없었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고문을 여태 받았다면 그게 누구라도 지금쯤 정상적인 반응을 보일 수 없을 것이다. 고윤희는 건조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경민 씨, 이쪽으로 올 때, 산사태를 만나지 않았어?” 구경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산사태 때문에 3일이나 늦어진 거야.” “차라리 거기서 죽지 그랬어?” 당황한 구경민의 눈빛. “지금 돌아가서 산사태에 깔려 죽으면 당신이 한 말이 진심이었다고 믿을게.” 고윤희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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