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스스로 덫에 걸리기를
문지원이 겪어본 남녀 관계란 오직 여진우를 통해서였다.
심무영과 기껏해야 입맞춤에 그쳤고, 그마저도 살짝 닿기만 했을 뿐 키스는 한 적도 없었다.
심지어 뽀뽀가 끝나면 그녀보다 얼굴이 더 빨개졌다. 마치 본인이 당하기라도 한 듯 순박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여진우와 함께 있을 때는 전혀 달랐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원했고 눈치 따위 보지 않았다. 항상 숲속의 맹수처럼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언제까지 버티나 두고 보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 버텨봤자 무의미했다. 한때 호기롭게 도망간 적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그의 손에 붙잡혀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이지 않은가?
심지어 혼인신고하고, 심씨 가문과 파혼까지 강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 말고 과연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
그저 여진우의 흥미가 빨리 식어버리기만을 바랐다. 아니면 차라리 자신에게 질려서 헌신짝 취급이라도 하기를.
한밤중까지 시달리다가 문지원은 자기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때,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조금 전 아프다고 말했을 때부터 그는 이미 믿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는 스스로 덫에 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광대에 불과했고, 본인의 연기에 취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거로 착각했을 뿐이었다.
가끔은 자신의 운명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안세영으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혹은 다정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부귀영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
늦게 잠든 만큼 일찍 깨는 건 무리였다.
문지원이 눈을 떴을 때 어느덧 9시가 다 되었다.
어젯밤 기억들이 떠오르자 서둘러 옆자리를 살폈다.
여진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작은방에 가서 잤던 걸까?
문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무의식중으로 옷을 집어 들었다. 이때, 한쪽 팔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윽.”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곧이어 안세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원아, 일어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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