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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여진우보다는 심무영

문지원은 자신이 수도 없이 드나들었던 문을 매만지며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 매일 자재를 옮기러 나가시던 아버지, 집에서 자신이 오길 기다리며 옷을 떠주시던 어머니, 그토록 단란하던 가정은 한 집안의 가장이 도박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180도 달라졌다. 아버지란 사람은 도박에서 이기면 다른 사람들에게 술을 사주었고 지면 졌다고 술을 퍼마시고는 집에 와서 아내에게 손찌검을 했다. 처음에는 돈도 얼마 안 걸고 손찌검도 그리 심하지 않았어서 어머니는 집안을 위해 참으려 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가족들 몰래 빌린 돈을 받으려고 사채업자들이 들이닥친 그 날, 어머니는 더는 참지 못하고 딸을 살려달라는 말만 남긴 채 집에서 뛰어내려 버렸다. 그래서 문지원은 그날부터 아버지인 문영호와 그에게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들을 증오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진우는 예외였다. 자신을 거둬주고 배곯지 않게 밥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공부를 위해 선생님까지 붙여주는 여진우를 미워할 명분이 문지원에게는 없었다. 사채업자들이 다시 찾아오지 않은 걸 보면 여진우가 돈을 줬거나 다른 수를 썼을 게 분명했다. 그렇게 한참을 서서 과거를 회상하던 문지원은 슬슬 저려오는 다리에 그제야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깨닫고 택시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 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비가 점점 거세지고 있어서 조급해 난 문지원은 택시기사가 혹시 자리를 옮겼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택시는 보이지 않았다. 해까지 지기 시작하니 무섭기도 해서 문지원은 서둘러 핸드폰으로 다른 택시를 불렀다. 한참 지나 한 택시가 요청을 수락하니 문지원은 다급히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저 방금 택시 부른 사람인데요. 수오동 골목 앞에서 기다릴게요.” “수오동이요? 그렇게 먼 데를 제가 어떻게 가요!” 당황하던 기사에 의해 통화가 끊겼고 곧이어 그녀의 택시도 취소되었다. 화를 낼 시간도 없었던 문지원은 또다시 택시를 불러보았지만 한참을 기다려봐도 감감무소식이었다. 가로등 하나 없는 그곳에서 문지원은 빗방울이 자신의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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