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돈이면 다 돼
문지원은 침묵했다.
그녀는 아까 여진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제 그자가 팔고 싶어도 기회가 없을 거야.”
‘바로 이 뜻이었구나.’
안세영은 말을 마치고 나서야 문지원의 창백한 얼굴을 알아차리고 웃으며 말했다.
“지원아, 벌써 겁먹었어? 안심해. 진우 오빠는 괜찮을 거야! 여씨 가문이 이런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주 쉽거든.”
문지원은 기가 막혔다.
‘내가 지금 여진우를 걱정하냐? 언젠가 내가 봉만덕이나 그 사냥개가 될까 봐 걱정하는 거지.’
“그런데 진우 오빠가 널 정말 아끼는 것 같아! 네가 오빠를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았다면 오빠가 널 좋아하는 건 아닐까 의심했을 거야!”
일이 잘 해결된다고는 하지만 결국에는 말썽을 일으킨 셈이었고 심지어 유럽 쪽까지 이 소란이 전해진 것이었다.
여진우가 가족 일에서 손을 떼고 스스로 여원 그룹을 세운 이후, 이번은 처음으로 선을 넘은 셈이었다.
문지원은 안세영의 말을 듣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짧은 시간 동안, 벌써 두 번째로 같은 말을 듣는 것이다.
그녀는 유서연에게 여진우의 ‘좋아한다’는 감정이 어떤 종류인지 설명할 수 없었고 더욱이 안세영에게 자신과 여진우의 기형적인 관계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
문지원은 별다른 이상은 없었지만 하루 동안 의식을 잃었던 탓인지 몸에 힘이 없었다.
안세영은 병실에서 여진우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았지만 그녀는 제대로 듣지 않았다.
그저 목덜미 피부가 아프다고 느꼈을 뿐이다.
너무 아팠다.
나중에 문지원이 피곤하다고 하자 안세영은 아쉬운 듯 발걸음을 뗐다.
그녀가 떠난 후, 문지원은 휴대폰을 꺼내 레드플래닛 회사를 검색했다.
그들의 회사 홈페이지는 이미 흑백으로 바뀌어 있었고 그 위에는 애통한 분위기의 부고가 눈에 띄게 적혀 있었다.
레드플래닛 대표이사 봉만덕 씨가 향년 53세로,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해 어제 사망했다는 비보였다.
아래에는 고인의 업적을 기리는 장문의 추도문이 이어졌지만 문지원은 자세히 읽어보지 않고 ‘병사'라는 두 글자에 시선을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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