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넌 분명 잤어

문지원은 그녀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신과 여진우 사이에 단순한 업무 관계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걸 눈치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만덕의 휴대폰이 그녀에게 있으니 여원 그룹에서 당시 봉만덕을 만나러 갔던 사람이 누구인지 정도는 쉽게 알아낼 수 있었을 테니까. 다만... “저는 여진우의 여자가 아니에요. 그분은 저를 입양했어요.” 조카딸이라는 단어는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여진우와 자신의 나이 차이는 가족 관계를 설정하기에 어색한 감이 있었던 것이다. 문지원이 굳이 여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부정한 이유는... 그녀는 자신이 그의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꼬리표가 붙는 순간,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진서월은 웃으며 말했다. “여진우에게도 착한 면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지원에게 한 걸음씩 다가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날 속일 수 없어요. 당신과 여진우는 분명 잤어요.” “왜 그렇게 확신하는 거죠?” 문지원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자신이 어디에서 빈틈을 보인 건지 알고 싶었다. “훗.” 진서월은 눈을 가늘게 떴다. 나이가 들었지만 젊었을 때 미인이었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여진우 같은 남자는 길들여지지 않은 맹수와 같아서 제 소유물에 대한 집착이 강하죠. 봉만덕은 그 영역을 침범했고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건드렸기 때문에 여진우가 이성을 잃고 그를 죽인 거예요.” 문지원은 침묵했다. “당신이 여진우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그렇게까지 격분하지 않았을 거예요. 화가 났어도 직접 나섰을 리는 없죠.” 문지원이 생각해보니 진서월의 말은 아주 정확했다. 여진우의 성격은 딱 그랬다. 자기 거라고 생각하는 건 누구도 건드려선 안 됐다. 진서월은 떠나려고 문지원 옆을 지나가다가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손을 들어 문지원의 어깨를 툭툭 쳤다. “문지원 씨, 맞죠?” “네.”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요.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