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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아이는 가져야지

혼인신고? 구청? 문지원은 어안이 벙벙했다. “여진우 씨, 당신 미쳤어?” 지금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건가? “나랑 떨어져 있던 5년 사이에 배짱이 꽤 커졌네? 이제 대놓고 이름까지 부르고.” 여진우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문지원은 자연스레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하긴, 혼인신고하고 나서 아저씨라고 부르면 족보가 꼬이긴 하지. 빨리 체념하는 게 너한테 좋을 거야. 어차피 죽어서도 내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으니까.” 문지원은 고개를 연신 저으며 온몸으로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싫어요! 결혼은 평생 함께해야 하는 건데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해요.” 여진우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다시 말해서 그 애송이 자식을 좋아한다는 건가?” “전...” “당시 제 발로 내 앞에 나타난 건 너야.” 그는 쌀쌀맞게 끼어들었다. “스타트는 네가 했지만 언제 어떻게 끝날지는 내가 정해.” “하지만 아저씨랑 사랑에 빠지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도망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겠죠.” 여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었다. “어디 한 번 해보던가?” 사회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원하는 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손에 넣어 왔다. 어차피 과정이나 디테일에 집착해봤자 무의미했다. 목표만 달성하면 그만이니까. “이...!” 말문이 막힌 문지원이 이를 악물었다. “아저씨는 8살이나 더 많잖아요! 늙다리한테 시집가기 싫거든요? 난 젊은 남자가 좋아요.” 여진우는 그녀의 볼을 토닥이더니 화를 내기는커녕 피식 웃었다. “그동안 나이도 잊고 살았네. 그러고 보니 벌써 33살이 됐구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가 들긴 했군.” 비록 말뜻을 정확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직감적으로 느꼈다. 여진우는 그녀의 말에 설득된 게 결코 아니었다. 역시나 한숨을 푹 쉬더니 말을 이어갔다. “방금 비서한테 피임 용품 좀 넉넉히 준비해두라고 했는데...” 문지원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제 필요 없겠네. 이 나이면 아이 하나쯤은 가져야지.” ... 여진우는 워낙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에게 입양하고 나서 2년 동안 얼굴을 마주친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항상 바빴고, 솔직히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빚쟁이들에게 시달리거나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낼 필요가 없었다. 매일 등하교 때 데리러 오는 운전기사를 제외하면 가장 자주 접한 사람은 도우미 아주머니였다. 여진우에 대한 첫인상은 전부 아주머니 말에서 비롯되었다. 결벽증이 심할뿐더러 성질이 고약하고 술버릇도 나쁘다고 했다. 그래서 괜히 말대꾸해서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러다 17살이 되던 해, 여진우는 크게 다쳐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제야 국내의 저택으로 돌아와 요양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완치하고 18번째 생일까지 함께해줬다. ... “사인해.” 구청. 여진우가 종이와 펜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퉁명스러운 말투에 직원이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눈앞의 선남선녀를 훑어봤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할게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어차피 도망치긴 글렀는지라 최소한의 권리는 챙기려고 했다. “얘기해.” “심씨 가문은 봐줘요. 심무영도 마찬가지이고.” 여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얼른 해.” “그리고 하나 더!” 비록 얼굴에 짜증 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는 꾹 참으며 물었다. “뭔데.” 문지원은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이 가질 생각은 없어요.” “그건 안 돼.” “왜요?” 여진우는 셔츠 소매를 걷으며 늘씬한 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 “난 왕위를 계승해야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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