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4화 네가 자초한 거야

오랜만에 하는 거라 문지원은 아파서 얼굴이 창백해졌고, 고통스러운 건 여진우도 매한가지였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허리가 붙잡혀 꼼짝도 못 했다. 그녀의 귓불을 잘근잘근 깨무는 남자 때문에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통제 불능이 되기 직전 그제야 두려움이 밀려왔다. “아저씨, 제발 살려주세요.” 여진우는 갈라진 목소리로 침대에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 자식 널 만진 적 있어?” 문지원은 고개를 저었다. 몸이 허공에 떠 있어 자기도 모르게 그의 셔츠 깃을 꽉 잡았다. “아니요.” 여진우의 시선이 앙증맞은 입술로 향했다. “여긴? 키스했어?” 찰나의 망설임이었지만 문지원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마치 소유권을 주장하는 듯 난폭한 키스가 다시금 이어졌다. “아파요!” “참아. 네가 자초한 거니까.” ... 두 번 하고 나니 어느덧 의식이 흐려졌고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문지원은 악몽을 꿨다. 채권자들이 그녀를 해외로 팔아넘겨 손님을 받게 강요하면서 나중에는 장기까지 적출했다. 수술대에 오르기 직전 꿈에서 깨어났다. 새하얀 천장이 유난히 눈부셨다. ‘우리 집이 아닌데...’ 몸을 벌떡 일으키는 순간 욱신거리는 통증에 다시 침대로 쓰러졌다. 어젯밤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여진우를 만났던 일이 떠올랐다. “깼어?” 나지막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문지원은 무의식중으로 고개를 들었다. 여진우는 슈트 대신 다크 그레이 실크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허리끈은 대충 묶어 헐렁해진 앞섶 사이로 탄탄한 가슴 근육이 훤히 드러났다. 평소 회사에서 보던 단정한 모습과 달리 집에 있을 때는 항상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짧은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렸고 미소년 같은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는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손으로 서류를 넘겼고, 얼핏 봐도 글자가 빽빽했다. “죽은 척 그만하고, 깼으면 얼른 씻고 밥 먹어.”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마친 여진우는 다시 문서로 시선을 돌렸다. 문지원은 수치심을 꾹꾹 눌러가며 침대 옆에 놓인 가운을 집어 몸에 걸치고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욕실에 들어서기도 전에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금 울려 퍼졌다. “휴대폰이 계속 울려 잠에서 깼는데 짜증 나서 꺼놨어.” 문지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주세요.” 여진우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그 애송이한테 연락하게?” “휴가 내려고요.” 갑자기 잠수 탔으니 프로젝트 회의가 제때 열렸는지도 알 수 없다. 게다가 심무영이 얼마나 그녀를 애타게 찾고 있겠는가. “비서한테 대신 휴가 신청하라고 했어.” 말을 마치고 나서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정확히 말하면 퇴사 처리지. 그리고 여기 사인해.” 문지원이 내려다보니 다름 아닌 여원 그룹 근로 계약서였다. “싫어요.” “좋은 말 할 때 들어.” 그는 꽤 기분이 좋은 듯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오늘 네가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으니까 하나하나 시키게 만들지 마.” 문지원이 잔뜩 경계하며 뒤로 물러섰다. “또 뭘 하려고요?” “네 자취방에 있는 짐부터 옮기고...” 여진우는 잠시 멈칫했다. “나랑 구청 가서 혼인신고 하자.”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