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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내연남이 될 생각

그녀는 여진우를 속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도박에 빠진 아버지가 거액의 빚을 지고 도망치는 바람에 어린 문지원이 혼자서 모든 채권자를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액수는 감당이 불가할 정도였고 빚쟁이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어느 순간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마저 점점 더 불순해졌다.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때리거나 욕한 것도 아니라 그저 돈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는 그들을 처벌하기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해외로 팔아넘기려고 작당모의 하는 소리를 듣고 나서 겁에 질린 나머지 밤잠을 설쳤다. 결국, 아주 대범한 결정을 내렸고 길 한복판에서 여진우의 차를 막아섰다. “아저씨,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당시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솔직히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했던 말은 영원히 잊지 못했다. “이름이 뭐야?” “문... 소정이요.” 따지고 보면 거짓말도 아니었다. ‘소정’은 그녀의 어릴 적 애칭이었고, 어머니가 살아 계셨을 때만 하더라도 늘 그렇게 불러주었다. “오랜만에 봤더니 내 장난감이 다른 남자의 품에 있을 줄은 몰랐네.” 여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내 무릎으로 그녀의 두 다리를 강제로 벌리며 도망가지 못하게 몸을 밀착시켰다. 숨결이 뒤엉키며 여진우가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녀는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심무영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아빠가 빚진 돈은 이미 다 갚은 걸로 아는데...” 문지원은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기회를 노렸다. “말 나온 김에.” 여진우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움켜쥐더니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쳤다. “15살 때부터 널 키운 비용도 한번 계산해보자고.” “떠나기 전에 2천만 원을 더 보내드렸잖아요.” “5년 동안 고작 그만큼 썼다고?” 문지원은 주먹을 움켜쥐었고 얼굴에 핏기가 점차 사라졌다. “3년만 아저씨가 준 돈을 쓰고 그 뒤로는...” 여진우가 비아냥거렸다. “나랑 자고 나서는 별개라는 거지?” “맞아요.” 문지원에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녀는 용기를 쥐어짜 내며 말했다. “아무 여자를 만나도 돈을 써야지 않겠어요? 게다가 아저씨가 사준 비싼 선물들은 제 의지랑 상관이 없었잖아요. 어차피 다 집에 두고 갔어요.” “하.” 여진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래도 기억은 하네? 5분 줄 테니까 남친한테 문자 보내. 결혼 안 하겠다고.” 감히 자신이 만났던 여자를 빼앗으려고 하다니? 심씨 가문 따위는 겸상할 자격조차 없었다. “설령 심무영과 파혼한다고 해도 아저씨랑 다시 엮이고 싶지 않아요.” 여진우는 짙은 눈썹을 까딱하더니 입술을 달싹거렸다. 가라앉은 목소리에 분노가 묻어났다. “4분 남았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해. 그러면 우리 둘만 합의 보는 거로 끝내주지. 설마 심씨 가문까지 끌어들일 생각은 아니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장담 못 하니까.” 문지원에게 선택지가 없었다. 결국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심무영에게 파혼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화면에 ‘전송 완료’가 뜨는 순간 여진우의 입술이 닿았다. “읍!” 문지원은 버둥거리며 밀어내려고 했으나 남자는 망설임 없이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 곧이어 입 안에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그녀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어차피 날 갖기로 마음먹었으면서 굳이 심무영에게 문자를 보내게 할 필요 있나요?” “난 내연남이 될 생각은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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