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온실 속의 화초

“내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여진우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몸을 가까이 붙였다. 문지원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 그건 맞아요. 하지만... 오늘 말고 다음번에...” “안 돼.” 여진우가 입꼬리를 올리며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살며시 잡았다. 그의 시선이 문지원의 눈동자 깊은 곳을 파고들었다. “빨리 갖고 빨리 낳자.” 어차피 언젠가는 낳게 될 아이였다. 문지원은 아직 한참 여유롭다고 생각했지만, 여진우는 이미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였다. 이쯤 되면 슬슬 조급해질 만도 했다. 신명준이 언젠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빅데이터에 따르면 아이는 일찍 낳을수록 건강하고 산모의 회복도 빠르다더라며 결혼하라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고 푸념하듯 툭 내뱉은 말이었다. 사실 여진우와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였는데, 이상하게 그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근데 임신이 되고 안 되고는 제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혹시 시간이 지나도 아이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아저씨가 그걸 핑계로 마음을 바꾸지는 않겠지?’ 문지원은 여진우가 문영호를 구해주지 않을까 봐 걱정됐다. ‘워낙 감정 기복이 심하니까... 아저씨라면 정말 어느 날 갑자기 바뀌어도 이상할 게 없잖아.’ “너는 그냥 약속만 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 아마 오늘따라 여진우의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그의 키스는 평소와 달리 드물게 부드러웠다. 처음엔 살짝 스치는 듯하다가, 점점 깊어지면서도 소중한 걸 다루듯 조심스럽고 섬세했다. 그런데 오히려 문지원은 오늘따라 더 조심스러웠다. 평소의 폭력적인 모습도, 이렇게 유순한 모습도 모두 무서웠다. ‘이렇게 부드러운 분위기를 아는 사람이었어? 폭풍 전의 적막인 걸까? 더 무섭고 소름 끼치잖아...’ 여진우라는 이름을 연상하면 따뜻함이나 부드러움 같은 표현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와 함께 있는 순간마다, 그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두려움이 따라왔다. 결국 두 번이나 뜨거운 밤을 보냈다. 문지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