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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기다릴게

심무영은 멍하니 앉은 채 한동안 미동도 없었다. 문지원이 조심스레 손을 빼려 하자,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눈을 뜨며 그녀를 바라봤다. “상관없어. 네가 나를 힘들 때 의지할 상대, 마음 기댈 곳 정도로 생각해도 좋아. 난 그걸로도 충분해.” ‘어차피 지원이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 나만 안 사랑하는 게 아니라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잖아. 그거면 됐어.’ “아직도 몰라? 그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난 정말 무영 씨랑 결혼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젠 아니야. 무영 씨가 그 사람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어. 왜냐하면 난 무영 씨를 사랑하지 않거든. 어쩌면 평생,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지도 몰라. 난 그런 운명인가 봐.” 문지원은 자신이 어딘가 결핍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사랑도, 가족도, 우정도 남들처럼 온전히 느끼지 못했고 언제나 모든 것이 한 발짝씩 비켜나 있었다. “괜찮아. 난 진짜 괜찮아.” “근데 난 안 괜찮아.” 문지원은 몸을 일으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무영 씨는 참 좋은 사람이야. 나 때문에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심무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참, 결국 나도 ‘좋은 사람’으로 남는 신세가 되는구나. 이럴 줄은 몰랐는데.” “장난 아니야.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나도 진심이야.” 심무영은 문지원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지금은 네가 내 손을 잡고 도망가기 싫다니까, 그러면 기다릴게. 할아버지가 그러시더라. 여진우네 가문은 워낙 대단한 가문이라 우리 같은 서민을 진짜 며느리로 받아주진 않을 거래. 결국 시간이 지나면 넌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게 될 거야.” 문지원은 뭔가 말을 하려다, 결국 입술을 꼭 다물었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서로에게 상처만 남을 것 같았다. “지원아, 언젠가 여진우 없는 세상이 오면 그때는 나랑 결혼해 줄 수 있지?” ... 문지원은 도무지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어디서 본 듯한 눈이었다. ‘예전에 엄마가 아빠를 바라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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