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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살아만 있으면 되는 존재

“저 거짓말하는 거 아니에요! 저 정말 진우 오빠의 여자가 됐다고요!” 안세영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걸고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딸이 고집을 꺾지 않자, 정희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세영아,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건지 정말 몰라서 그래? 만약 네 말대로 네가 진우와 이미 그런 사이가 됐다면 여민찬은 절대 너랑 결혼 안 하려고 할 거야. 그리고 나중에 여민찬이 여원 그룹을 이끌게 됐을 때 우리 안씨 가문은 어떻게 될 것 같니? 여진우는 이미 여씨 가문을 등진 남이나 다름없어. 우리가 그런 여진우를 믿고 가문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 “...” “한 걸음만 잘못 디뎌도 우리 안씨 가문은 순식간에 무너진다고! 이 혼사는 애들 장난이 아니야.” 안세영은 엄마의 말을 듣고 잠시 멍해졌다. 그제야 조금 겁이 나는 듯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도 저 진우 오빠랑 정말 이미... 그런 사이예요.” 안세영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설령 그 선택이 안씨 가문을 위태롭게 만든다 해도 여진우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더는 따질 힘도, 생각할 여유도 없어!’ 정희수는 다시 한번 다급하게 물었다. “정말이니? 진짜야?” “네, 진짜예요.” 정희수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며 휘청거렸다. 안세영이 깜짝 놀라 부축했다. “엄마...” 정희수는 가까스로 진정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 얘기 절대 어디 가서도 하지 마! 특히 여씨 가문과 관련된 사람들한테는 절대 입 밖에 내선 안 돼!” 억지로 침착함을 되찾은 정희수는 냉정하게 현실을 되짚었다. “지금 여민찬이 후계 자리를 놓고 한창 경쟁 중이야. 우리 안씨 가문이 꼭 필요할 때라는 거 알지? 그러니까 여민찬이 먼저 정략결혼 얘기를 꺼낸 거야.” 안세영은 그 말을 듣고도 냉랭하게 고개를 저었다. ‘결국 또 여민찬한테 시집가라는 얘기잖아.’ “엄마, 저는 진우 오빠 말고는 누구도 싫어요. 차라리 평생 혼자 살 거예요.” 정희수는 절박하게 소리쳤다. “그건 우리 안씨 가문 전체를 위태롭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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