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이진석과의 첫 대면

유서연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문지원이 말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문지원은 평소 가족 이야기를 거의 꺼내지 않았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그녀의 집안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창회에 도착한 순간부터 유서연의 말은 사실로 드러났다. 문지원이 들어서자마자, 남자 동기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꽂혔다. “대학교 때도 예쁘긴 했지만, 와... 몇 년 사이에 더 물올랐네? 진짜 여자는 갈수록 예뻐진다더니.” 안수찬이 감탄하듯 말했다. “야, 안수찬! 너는 여자애들 칭찬할 때 맨날 똑같은 말만 하냐? 지금 지원이는 그냥 예쁜 정도가 아니라니까!” 여기저기서 이어지는 칭찬에, 문지원은 그저 어찌할 바를 몰라 웃기만 했다. 진심인지 빈말인지 모를 말들이 쏟아질수록 오히려 더 불편해졌고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유서연이 바로 나섰다. “야, 다들 왜 이렇게 지원이한테만 집중하는 거야? 보니까 여자친구랑 같이 온 사람도 있던데, 그러다 집에 가서 무릎 꿇고 빌게 생겼다?” “서연아, 넌 여전히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이야!”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사이, 문지원은 그제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제야 겨우 내 얘기에서 벗어났네...’ 그 순간 그녀는 바로 옆 테이블에서 들려온 낮은 여자 목소리에 얼어붙었다. “진석 씨, 조금만 더 같이 있어 주면 안 돼? 왜 그렇게 서둘러 가려는 건데?” 그냥 이름 두 글자였는데도 문지원은 전기가 온 듯 온몸이 굳었다. 머릿속이 하얘졌고 손끝까지 감각이 사라졌다. 그 목소리를 따라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마주친 남자의 시선이 그녀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그 눈빛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웃는 것 같으면서도, 비웃는 건지조차 헷갈릴 만큼 복잡했다. 게다가 남자의 왼쪽 뺨에는 깊게 팬 흉터가 하나 있었다. 표정 변화가 없어도 마치 칼날처럼 날 선 기운이 느껴졌다. 언제라도 사람을 해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눈빛이었다. 문지원은 그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