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믿는 구석은 여진우
문지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이진석이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의 속마음은 이미 얼굴에 다 드러나 있었다.
그가 언제까지 무릎 꿇고 있을지, 이 사람이 어디까지 참을지, 어디까지 굴욕을 견딜 수 있을지를 시험이라도 하듯이 했다.
하지만 여진우는 그걸 모른 척했다. 굳이 눈치채고도 말하지 않았다.
그의 방식으로 그녀를 지키는 것이었다.
시간이 흐르자 주변의 시선이 하나둘씩 쏠려왔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레스토랑 한가운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남자의 모습은 옷이 벗겨지는 것보다 더한 치욕이었다.
도저히 더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여진우가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진석, 맞지?”
“네, 진우 형님...”
그는 살짝 상체를 기울여 무릎 꿇은 이진석을 내려다보며 눈썹을 올렸다.
“아직도 이 여자를 데려가고 싶어?”
이진석은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감히요... 절대 그런 생각 없습니다!”
여진우의 눈매가 가늘게 접혔다. 그는 천천히 자세를 바로 세우고 목소리에 서늘한 힘을 실었다.
“다신 이 여자 앞에 나타나지 마. 만약 또 마주치면...”
“진짜 몰랐어요, 진우 형님! 이분이 형님의 사람일 줄 알았더라면 죽었다 깨어나도 안 건드렸죠! 잘못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이제 꺼져.”
“네, 지금 바로 꺼지겠습니다!”
이진석은 벌떡 일어나 도망치듯 현장을 빠져나갔다.
문지원은 반사적으로 한 발짝 앞으로 내디뎠다.
“아저씨, 그 사람...”
여진우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으며 어딘가 경고처럼 느껴졌다.
“소정아, 저놈은 여씨 가문하고 안씨 가문의 심부름을 해주던 놈이야. 갓 출소했어. 괜히 얽히지 마.”
그 말에 문지원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여씨 가문이랑 안씨 가문... 그러면 아저씨네 가문이랑... 세영 언니네 가문 말하는 거예요?”
그녀는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힌 와중에도 확인하지 않고는 못 배겼다.
“맞아.”
여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무슨 문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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