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여진우의 여자

이진석이 겁에 질린 눈빛을 드러낸 순간 문지원의 머릿속에 뭔가 번뜩였다. 다음 순간 그녀는 여진우의 소매를 꽉 움켜쥐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더니 진한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왜 울어?” “아저씨... 저 사람이... 방금 저를 모텔로 데려가겠다고 그랬어요. 밤새 저를 가지고 놀겠다고...” 문지원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고 눈가에는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 이진석은 문지원과 여진우 사이의 관계를 몰랐지만, 딱 봐도 여진우가 그녀 편이라는 건 감지할 수 있었다. ‘안 되겠다. 일단 발 빼고 봐야지!’ “진우 형님, 아닙니다. 일부러 오해하게 말한 거예요! 저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그런 말 안 했다고?” 문지원이 바로 받아치며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어깨는 작게 떨리고 표정은 순식간에 서럽게 일그러졌다. “아저씨, 저 진짜 거짓말 안 했어요. 아저씨가 안 왔으면... 저 사람은 저를 끌고 갔을 거예요. 인신매매까지 언급했다니까요...” “그래?” 여진우가 한 손으로 문지원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안았다. 그의 서늘한 눈길이 천천히 이진석 쪽으로 옮겨졌다. 이진석은 겁에 질려 두세 걸음 물러났다. “형님, 진짜 몰랐어요! 저 아이는 문영호 딸이잖아요! 설마 형님의 여자였을 줄이야...” 문영호의 딸이 여진우와 엮여 있을 줄은 도무지 상상조차 못 했다. “소정아.” 여진우는 이진석의 말은 전혀 듣지 않고 오직 문지원만 바라보며 말했다. “저 자식이 널 울렸으니까.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말만 해.”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오직 문지원만 담겨 있었다. 울고 있는 그녀를 보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예전 처음 집으로 데려왔을 때도 그녀는 입을 꾹 닫고 감정을 숨긴 채 울지 않았다. 여진우도 물론 지금 이 눈물도 진심이 아니라는 걸 이미 눈치채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뭐가 됐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문지원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저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이진석이 허겁지겁 끼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