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나만 믿어

“아저씨는... 그 사람을 감싸주지 않으실 거예요?” 문지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진우가 잠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 “내가 그런 놈을 감싸줄 인간으로 보이냐?” 문지원은 살짝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너만큼은 나를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는데, 너도 그렇게 봤던 거야?” 여진우는 그 말을 하며 잠깐 쓴웃음을 지었다. 이 세상 모두가 자기를 욕해도 문지원만큼은 자기를 그렇게 보지 않을 거라 믿고 있었다. 결국 자기가 살아오며 딱 한 번 제대로 한 착한 짓이 있다면 바로 그날, 하필이면 그 골목에서 마주친 이 고아 소녀를 데려온 일이었다.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또렷했다. 그녀는 여진우 차 앞에 서서 꼭 드라마 한 장면처럼 두 팔을 뻗으며 말했다. “아저씨, 제발 저 좀... 데려가 주세요.” 그 순간 그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정말 그렇게 늙어 보였던 건가? 베나스에서 바람도 많이 쐬고 햇볕도 많이 받았던 탓일까?’ 왜 아저씨란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던 기억까지 선명했다. “그게 아니라요. 아저씨가 아까 이진석은 여씨 가문이랑 안씨 가문 사람이라고 하셨잖아요. 아저씨의 본가 사람이라는 거 아닌가요?” 문지원의 말에 여진우는 피식 웃었다. “난 그냥 여씨 가문의 피를 타고났을 뿐이야. 여씨 ‘가문’이라는 건 그들만의 세계고, 이제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어. 나 여씨 가문에서 나온 지도 꽤 됐어.” 그의 말투는 단호했고 눈빛에는 조금의 미련도 없었다. 그 거대한 가문 안에는 다들 두 얼굴씩 숨기고 살았다. 하지만 여진우는 어릴 때부터 그 안에서 크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그 틀 안에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후계자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권력 싸움에도 관심 없었다. 어머니가 아직 여씨 가문에 묶여 있지 않았다면 아마 그가 할아버지 전화를 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었다. “...” 문지원은 여진우의 사정도, 그가 여씨 가문과 어떤 관계인지도 잘 알지 못했다.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가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