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화
“그래요. 그럼 제가 수도 밸브를 잠가두고 내일 다시 와서 고쳐드릴게요.”
윤채원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남자의 시선이 한층 더 냉정해짐을 알아챘다.
“내일은 아린이 데리고 친정에 갈 거예요. 며칠 동안 집에 없으니까 수도 밸브를 잠가두면 새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요, 그럼.”
장윤호는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늦은 시간임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현관까지 걸어가다 다시 몸을 돌려 소파에 앉아 있는 배유현을 힐끗 바라보았다.
윤채원이 그를 배웅하며 문을 닫으려는 순간, 장윤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저분은 누구세요?”
배유현이 자신을 볼 때의 눈빛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윤채원은 옆으로 몸을 살짝 돌리며 거실 쪽을 힐끗 보았지만 배유현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고 나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도저히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어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둘러댔다.
“제 사촌 오빠예요.”
연인이라고 말하려 해도 두 사람은 연인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의사가 환자를 위해 생일을 챙겨 주러 집까지 왔다기엔 뻔한 거짓말이었다.
더구나 조금 전 입술에 스친 차갑고도 익숙한 기운, 그 낯설지 않은 입맞춤이 아직도 생생했다.
거짓말을 좋아하지 않는 그녀였지만, 배유현을 만난 뒤로는 무수히 많은 거짓을 입에 담아야만 했다.
“그렇구나.”
장윤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근데 저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네요.”
‘남자가 남자를 좋아할 필요가 있나?’
윤채원은 속으로 생각하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사촌 오빠 성격이 원래 좀 그래요.”
사실 장윤호는 한마디 덧붙이고 싶었다.
아무리 친척이라 해도 이렇게 늦은 밤에 여자의 집에 머무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윤채원은 이미 현관문을 닫아버렸다.
장윤호는 코끝을 만지며 아쉬운 듯 서 있었다.
사실 다음 주에 함께 영화를 보려고 윤채원에게 말할 생각이었지만 어딘가 불편한 기운이 남아 그냥 슬리퍼를 갈아 신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거실로 돌아온 윤채원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배유현이 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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