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화
“영상 봤어? 진짜 끔찍하더라. 하얀 승용차가 갑자기 돌진했는데 아무리 봐도 고의로 속도 낸 것 같았어. 하교 시간이었는데 바퀴 밑에 피가... 온통 피였어.”
“이런 사람들, 정신병 핑계 대면서 세상에 앙갚음하려는 거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윤채원의 손에서 물병이 힘없이 미끄러졌다. 탁자 위로 떨어진 물병은 그대로 쓰러졌고 병목에서 물이 쏟아졌다.
당황한 서유림이 급히 휴지를 꺼내 닦기 시작하다 창백하게 질린 윤채원의 얼굴을 본 순간, 놀라 다급히 물었다.
“윤채원 씨, 괜찮아요?”
비틀거리며 일어선 윤채원은 코트조차 챙기지 못한 채, 허둥지둥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손에 쥔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음성은 밧줄처럼 그녀의 목을 조여 왔다.
“혹시 윤아린 양 어머님 되시나요? 여긴 제일병원 응급실입니다. 윤아린 양이 현재 저희 병원에...”
윤채원은 병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본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울음소리와 절규를 들은 것도 생전 처음이었다.
비상 스트레처가 눈앞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바퀴 옆으로 붉은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그 피는 하얀 바닥 위에 얼룩처럼 퍼졌고 그녀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병원 응급실이란 곳이 이렇게 넓고도 싸늘하며 절망으로 가득 찬 공간이라는 것을.
조금 연배 있어 보이는 여인이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의사의 팔을 붙잡고 절규하고 있었다.
“제발 제 아이 좀 살려주세요... 제발요, 제가 이렇게 빌게요...”
윤채원은 마치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에 발을 들인 사람처럼, 감정 없는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입술을 달싹였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 한 사람을 붙잡고 여러 차례 입을 뗐지만 목소리는 끝내 새어 나오지 않았다.
그 의사는 그녀를 가볍게 밀어내며 간호사 데스크를 가리켰고 동시에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이곳은 지옥이었다.
이토록 많은 비명과 절규가 쏟아지고 이토록 차갑고 싸늘하며 바닥 곳곳에 피가 흥건히 퍼져 있는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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