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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그녀가 울기 시작했다. 그 순간, 배유현의 심장이 조여들었다. 그건 뭐라고 딱 잘라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었고 마치 누군가가 그의 목을 조이고 있는 듯,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그는 그저 반복해서 말했다. “이제 괜찮아요. 무서워하지 마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 보탰다. “나 여기 있어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윤채원은 와락 그의 품에 안겼다. 진정하라고 스스로 몇 번을 되뇌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온몸이 떨리고 눈물은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내렸다. 그의 체온과 숨결은 마치 심장 깊숙이 스며드는 진정제 같았다. 그는, 한때 자신이 정말 많이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윤아린의 아빠였다. 입을 열려다 말고 윤채원은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럼에 휘청였고 본능적으로 그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사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을지도 몰랐다. 그의 팔은 이미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안고 있었고 윤채원은 그의 품 안에 안겨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배유현은 깨달았다. ‘이 여자는 이렇게 말랐고 이렇게 가벼웠구나.’ 가슴 속에서 거칠게 뛰는 그녀의 심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심장도 그녀만큼이나 빠르게 뛰고 있다는 걸 그는 알아차렸다. “윤채원 씨, 나 좀 봐요.” 남자의 손가락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헤집고 들어가 뒷머리를 부드럽게 감싸 올렸다. “무서워하지 마요. 나 여기 있잖아요.” 낮고 단호한, 그러나 다정한 목소리였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머리카락을 따라 뺨을 쓰다듬었고 손끝이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윤채원은 눈물로 가득한 시야로 그를 바라보았다. 또렷이 보이진 않았지만 그는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그때 그 시절, 그대로였다. 대학교 2학년 시절. 야외 캠핑에서 뱀을 마주쳤던 그날 밤, 너무 무서워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뒤척이는 소리에 잠에서 깬 배유현은 특유의 도련님 같은 말투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뭘 무서워해. 내가 있는데.” 그때도, 지금도 그는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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