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화
어머니와 딸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와중에, 이렇게 큰일까지 터졌지만 결국 모든 걸 감당하는 사람은 늘 윤채원이었다.
그녀가 어젯밤 어떤 모습으로 울었는지 배유현은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윤채원은 그런 그를 조용히 바라봤다. 반면 그는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복잡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었다.
하얀 의사 가운을 입은 그는 그녀의 손목을 꼭 쥐고 있었고 병동을 오가는 의료진과 환자들은 그들의 모습을 힐끔거리며 지나쳤다. 특히 몇몇 간호사들의 시선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배유현은 조용히 몸을 옆으로 틀어 마치 그녀를 가려주듯 서며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도준 씨한테 전화는요? 윤채원 씨가 못 하겠다면 내가 할게요.”
‘자기 딸이랑 엄마가 병원에 있는데도 남편이라는 사람은 아무 연락도 없어?’
‘늘 떨어져 지내면서 가정의 짐은 전부 아내에게 떠넘기는 남편이 과연 좋은 남편일까?’
그녀 역시 주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일단 손부터 놔요.”
윤채원이 담담히 말했다.
“외과 병동부터 먼저 볼게요. 다 보고 나서 전화할 거예요.”
그녀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겠다고 말하는 순간, 배유현의 이마엔 깊은 주름이 졌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남편에게 연락하겠다는 말이 왜 그렇게 불쾌하게 들렸는지.
“그러니까 손부터 놓으라고요.”
병실 문을 들락거리는 간호사들이 두 사람의 맞잡은 손을 흘끗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병원 내에서도 꽤 유명했기에 그 시선은 더더욱 민망하고 날카로웠다.
그가 찌푸린 이마를 바라보던 윤채원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손을 들어 그의 미간을 살며시 문질렀다.
“그렇게 찡그리지 말아요.”
그녀의 손끝은 촉촉하고 차가웠고 마치 눈송이가 그의 체온에 닿자마자 사르르 녹아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배유현은 그 감촉에 잠시 멍하니 굳어버렸다.
그러나 몇 초 후, 그는 그녀의 손을 털어내듯 치우고는 아무 말 없이 병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저씨, 우리 엄마는요?”
병상에 앉아 있던 윤아린이 혼자 들어오는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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