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화
그녀의 친구가 물었다.
“왜 그래? 이 집 그렇게 맛있어?”
윤채원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전에 한 번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었어. 그때... 배유현이 사준 거였거든. 설마 여기 있을 줄은 몰랐네.”
“배유현이 너한테? 설마 너 좋아하는 거 아냐?”
“무슨 소리야, 그런 말 하지 마...”
그 짧은 대화가 마치 깨진 슬라이드 필름처럼 머릿속에서 무한히 반복됐다.
공허하게 고개를 숙인 채, 윤채원의 눈가에서 떨어진 눈물 한 방울이 세면대 위로 톡 하고 떨어졌다.
긴 흑발은 땀에 젖어 뺨에 끈적이듯 달라붙었고 초라하고 지쳐 보이는 그 모습이 더욱 안쓰러웠다.
숨조차 턱턱 막히는 좁은 휴게실 욕실 안, 두 사람이 들어서면 서로의 숨결과 체온이 엉킬 만큼 가까운 공간엔 창문 하나 없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문득 오래전 기억 속으로 미끄러졌다.
그날 밤.
결코 좋은 기억이라 할 수 없는 배유현과의 첫날 밤이었다.
그해, 그녀는 아직 모든 것이 미숙했고 며칠 동안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는 술에 취해 있었고 윤채원은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그날, 그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대학교 내내 날 한 번이라도 건드렸을까.’
새벽녘, 두 사람은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깨어났다.
붉은 자국으로 뒤덮인 그녀의 몸 아래엔 그의 셔츠가 깔려 있었다.
정신을 차린 배유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냉담한 얼굴이었다.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아래에서 셔츠를 무심히 뽑아내더니 아주 차분하게 옷을 주워 입고 입을 열었다.
“피임약 잊지 마.”
그 말에 그녀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침대에서 내려오려던 순간, 다리가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녀에겐 첫 경험이었다.
술에 취한 그는 거칠었고 다정함이라고는 없었다.
윤채원은 아파서 울었고 새하얀 시트 위엔 마른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아마 그 모습이 너무도 불쌍해 보였던 걸까, 그는 잠시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지금, 그 기억을 끌어안은 채, 윤채원은 또다시 울고 싶어졌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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