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6화
화장실에서 나온 배유현의 표정은 한결 밝아져 있었다.
반면 윤채원의 뺨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윤아린은 2인실 침실에 혼자 있었다.
아이가 곤히 잠든 모습을 본 배유현은 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사각 상자를 꺼내 윤채원에게 건넸다.
윤채원이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고풍스러운 은팔찌가 들어 있었다.
팔 둘레가 아주 작았다.
“아린이 줄 거예요. 채원 씨는 연청시에서 대학 나왔잖아요. 연청시 전통 은가공 기술이 유명한 건 알죠?”
어젯밤 그는 문한철과 함께 야시장 골목을 돌다가 우연히 은 장신구 가게를 발견했고 그곳에서 이 팔찌를 사 왔다.
팔찌 안쪽에는 ‘아린 행복’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윤채원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그녀는 팔찌를 바라보다가 문득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고 한참 후에야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그녀는 눈앞의 남자를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 선물에 대해서만큼은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배유현은 그녀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다가 이내 맑은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길고 촘촘한 속눈썹에 젖은 빛이 번져 반짝였다. 그 모습을 보며 그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그는 윤채원의 여윈 뺨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채원 씨는 물로 만들어졌어요? 건드려도 울고 선물 줘도 울고.”
윤채원은 고개를 돌려 손가락으로 눈물을 살짝 닦았다.
“방금 돌아왔으니 바쁠 텐데 먼저 가봐요.”
그녀의 말대로 배유현은 막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이곳으로 달려왔다. 짐 가방조차 아직 차에 실린 채였다.
“볼일 끝났으니 이제 가라는 거네요.”
배유현은 여자에게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엔 완전히 내쫓기는 셈이었다. 애초에 그녀는 그에게 오라고 한 적도 없었으니 말이다.
연청시에 다녀온 지난 3일 동안, 윤채원은 그에게 메시지 한 통 보내지 않았고 안부를 묻는 말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윤채원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의 결혼 생활에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