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7화
하지만 방 안의 공기는 점점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명성진은 충신처럼 죽음을 각오하고 간언을 시작했지만 이내 말이 꼬이고 더듬거리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
이 무겁고 서늘한 분위기 속에서 더 말을 이어갔다간 정말로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몰랐다.
그는 옆에 있던 허윤을 바라보며 네가 대신 좀 말하라고 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적막을 깨뜨린 것은 배유현의 목소리였다. 낮고 거칠게 얼어붙은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그 여자 남편이 돌아왔다지? 오랫동안 못 만났으니... 오늘 밤엔 불타오르겠지.”
새해를 앞둔 계절 바깥은 살을 에는 듯 추웠다. 그러나 실내는 에어컨이 돌아가 따뜻했음에도 불구하고 허윤과 명성진은 차가운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누구도 배유현이 그런 말을 내뱉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명성진은 배유현이 미쳐버린 게 아닌가 싶었다. 그 모습은 마치 유폐궁에 갇혀 버림받은 남자 후궁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그는 배유현이었고 송주시 최고의 재벌가 배씨 가문의 넷째 아들이기도 했다.
그가 형제애를 고려해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후계자 자리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배유현은 이미 배진 그룹을 장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상업계를 주름잡았던 배갑수였고 외할아버지는 건국 공신이었다.
그렇게 훌륭한 가문에서 태어난 배씨 가문의 막내 도련님이 거칠고 약간 원망 섞인 어조로 형제들을 경악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졌다.
허윤은 좌우를 둘러본 뒤 차가운 눈빛으로 멀리 있던 룸 아가씨를 내보냈다.
어쨌든 이런 이야기는 형제 몇몇은 함부로 입 밖에 내지 않겠지만 외부인에게 퍼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명성진은 입을 딱 벌린 채 중얼거렸다.
“유현아...”
그 순간 마음속으로 윤채원이라는 여자가 떠올랐다.
‘독한 여자네... 아...’
그는 윤채원을 단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겉모습은 꽤 청순했지만 그 안에 저토록 독한 그의 머릿속에선 믿기지 않는 생각이 맴돌았다.
‘도대체 무슨 비열한 수단을 써서 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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