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6화
새벽 3층 룸.
배유현은 귀비석에 기대 누운 채 눈을 감고 반쯤 졸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카드 게임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며 떠들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젊은 룸 아가씨가 다가와 술 한 잔을 내밀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배 도련님.”
그러나 배유현은 잠든 척하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옆에 있던 허윤이 대신 술잔을 받아 들고 손을 가볍게 저었다. 여자는 아쉬운 듯 그를 힐끗 바라보다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자리를 떠났다.
허윤은 유현이 이곳에 들어온 뒤로 줄곧 얼굴빛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기에 지금 그의 마음이 심란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술잔을 내밀며 물었다.
“한잔할래?”
배유현은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을 뿐 무덤덤한 얼굴로 눈꺼풀조차 들기 귀찮다는 듯 미동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
룸 안에는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거의 모두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였다. 특히 모임을 주도하는 명성진이 있었기에 그는 늘 가장 신나게 놀았고 모임은 사흘에서 닷새에 한 번씩 열리곤 했다.
명성진은 카드 테이블에서 마지막 판을 치르다 운이 따라주지 않아 패를 내려놓았다. 그때 옆에 있던 젊은 남자가 물었다.
“배 도련님,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세요? 들어오실 때부터 얼굴이 안 좋으시던데요.”
그러자 다른 젊은 남자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러는 거 보니 실연당한 것 같네.”
순식간에 룸 안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 탓에 카드 게임을 하던 사람들도 흥이 꺾였고 노래를 부르던 이들도 목소리를 높이지 못했다.
그때 명성진이 입을 열었다.
“무슨 실연이야. 우리 유현이가 어디 연애라도 해봤겠어?”
“근데 얼마 전에... 그 가정 있는 여자한테 꽂혔다는 얘기 있지 않았어?”
명성진이 나섰다.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다들 술에 취해서 한 얘기잖아. 그날 유현이도 그냥 농담으로 말한 거고.”
“그렇지. 유현이가 어떻게 결혼까지 했던 여자를 좋아하겠어. 명성진 너 놀 거야 말 거야? 이겼으면 가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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