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배유현의 차량은 지나치게 눈에 띄었다.
두 사람이 식사하고 있었을 때 다섯 명이나 차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감탄하고 갔다.
“남자 친구 아니에요. 그냥 친구예요.”
가게에서 나온 후 배유현은 의사의 본분으로 돌아가 그녀에게 하루빨리 진정숙을 모시고 병원으로 가라고 얘기했다. 또 오늘같이 일이 생기면 안 되니까.
“네, 알겠어요. 신경 써주셔서 고마워요.”
윤채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넸다.
저녁 9시.
조금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자 윤채원의 치마가 나풀거리고 머리카락도 살랑거리며 춤을 췄다.
배유현은 차 문을 열었다가 뭔가 떠오른 듯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남편은 어디 있습니까?”
그는 진정숙이 그녀의 시어머니라는 것을 이미 알아챘다.
‘남편은 대체 뭐하길래 매번 딸과 둘이서만 병원으로 오는 거지?’
“해외에 있어요.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윤채원은 조금 쌀쌀맞은 목소리로 대답한 후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려 아파트 단지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몸을 돌린 그 순간 검은색 머리카락이 바람을 타고 부드럽게 흩날렸다. 배유현은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만졌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1초도 안 돼 금방 그의 손 틈새로 빠져나갔다.
배유현은 윤채원이 떠나고도 여전히 손을 들어 올린 채로 가만히 있었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꼭 그녀의 머리카락이 손이 아닌 마음을 스쳐 간 것 같았다.
...
진정숙의 집으로 돌아온 윤채원은 딸을 먼저 재운 후 다시 거실로 나와 탁자 위에 널브러진 약들을 정리했다.
진정숙은 아무 말도 없이 정리하는 그녀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까 그 의사 양반 말이야. 혹시...”
“아린이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몇 번 본 게 다예요. 안 친해요.”
윤채원은 질문을 다 듣기도 전에 답을 했다.
“안 친한데 전화 한 통에 바로 달려온다고? 아린이는 네 휴대폰으로 그 남자한테 전화를 걸었어. 그리고 10분도 안 돼 그 남자가 달려왔고.”
진정숙은 윤채원이 그간 혼자 딸을 키우며 얼마나 고생했는지 잘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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