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4화
“속인 적 없어.”
윤채원은 문에 기대어 몸을 일으켰다.
문고리를 힘껏 돌려보았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윤채원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갈등했다.
배유현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안도감과 동시에 깊은 슬픔이 밀려왔다.
“내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너 거기 앉아 있었어.”
그 순간 윤채원은 그냥 돌아서 도망치고 싶었다.
“배유현, 우리 오늘 못 본 걸로 하자.”
오늘 잠시 벌어진 모든 일들은 없었던 것처럼 그저 반년 전에 이미 끝났던 그 관계로 돌아가고 싶었다.
“못 본 걸로 하자고?”
중얼거리던 배유현의 목소리는 갑자기 거칠게 폭발했다.
“그동안 개처럼 네 발밑에 엎드려 마음을 구걸하던 내 모습을 보며 참 재미있었겠다. 마음속으로 아주 흐뭇했어?”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 모든 연락을 끊고 물건을 전부 다시 내게 되돌려보낸 게 너야. 그런데 7년 만에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난 것도 너고! 성다희, 넌 내 인생을 무너뜨린 사람이야. 자신만만하게 송주시를 떠나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해놓고 겨우 반년만이 이렇게 나타났잖아.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항상 너였어.”
8년 전 소리 없이 떠나 연락을 끊었던 사람도, 반년 전 옥상에서 이별을 고했던 사람도 모두 성다희였다.
“넌 내가 좋아하는 마음이 뭔지 모른다고 했지. 성다희, 너는 단 한 번이라도 우리 사이를 진심으로 여긴 적 있어?”
배유현은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눌러 말을 이어갔다.
“그동안 너는 나를 대체 뭐라고 생각한 거야?”
윤채원은 병원에서 배유현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자신이 성다희라는 사실을 그가 알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이미 끝난 관계에 또 새로운 물음표가 생겨버린 순간이었다.
인생은 항상 예상 밖의 일로 가득했고 송설화의 중병도 그녀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다.
윤채원은 문밖 배유현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참으려 애쓰는 모습도, 감정에 무너지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배유현 역시 윤채원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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