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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너는 오지욱과 함께 호텔에 가서 네 결백을 증명할 영상을 가져올 수도 있었잖아. 그걸 이용해 나를 협박해서 내 여자 친구가 될 수도 있었고.” 윤채원은 배유현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녀는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원래 너는 이렇게 생각하는 거였구나.” 윤채원의 시선이 배유현 가슴 주머니에 꽂혀 있던 만년필로 향했다. 검은색 펜 뚜껑과 하얀 가운에 스며든 잉크 얼룩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윤채원은 손을 뻗었다. 배유현이 그녀의 손가락을 잡았을 때 그녀는 이미 펜을 움켜쥐고 있었다. 윤채원은 펜 뚜껑만 보고도 이 만년필이 자신이 선물한 것임을 알아차렸다. 8년이 지났는데도 배유현은 여전히 이 펜을 몸에 지니고 있었다. 윤채원은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말했다. “네 주머니에 있는 이 만년필 싸구려 흔한 펜이잖아. 넌 그냥 익숙한 느낌이 좋아서 쓰기 편해서 가지고 있는 거잖아.” 성다희는 그의 눈에 이 펜과 다를 바 없었다. “고장 나면 그냥 버리지. 뭐 하러 가지고 있어.” “그래, 네 말이 맞아.” 배유현은 윤채원의 손가락을 꽉 쥔 채 미세한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하지만 곧 실망이 밀려왔다. 윤채원의 얼굴에서 보고 싶었던 망설임이나 동요는 찾을 수 없었다. 배유현은 윤채원의 손에서 펜을 빼앗으며 말했다. “정말 버리는 게 맞겠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배유현은 만년필을 책상 옆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주변이 너무 조용했던 탓인지 만년필이 쓰레기통에 떨어지는 소리는 더욱 크게 울렸다. 윤채원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등이 뻣뻣하게 굳었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배유현이 잡고 있던 손을 빼내 그를 밀치며 휴게실을 나섰다. 앞으로 두 걸음 내디딘 순간 뒤에서 강한 힘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다시 휴게실 안으로 끌어들였다. 마치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문도 채 닫지 않은 채, 배유현은 후끈 달아오른 몸으로 그녀를 벽에 밀어붙였다. 입술 사이로 서로의 숨결이 뒤엉켰다. 배유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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