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5화
진도준은 업계의 최고 인사와 마주 앉았다.
양우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도준은 배유현을 따라 승마장을 나섰다.
아직 상황이 실감 나지 않아 멍하니 있던 진도준이 어색하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배유현은 짧게 대답했다.
“저는 그냥 소개만 해준 것뿐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당신에게 달렸어요.”
그날 밤의 바람은 무겁고 뜨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진도준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채 제자리에 서 있었다.
배유현이 차에 오르기 전, 문득 그를 향해 말했다.
“그동안 채원이랑 아린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요. 진도준 씨에게도, 진도준 씨 어머니에게도 참 감사하네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송주에서 내쫓으려 하던 남자가 이렇게 고맙다고 말하리라고는 진도준은 상상도 못 했다.
곧 마이바흐는 불빛 사이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날, 양우영의 비서가 직접 진도준에게 연락을 해왔다.
그 일로 모든 게 바뀌었다.
지금까지도 진도준은 흥분에 겨워 진정되지 않았다.
윤채원은 말없이 수박을 썰었다.
칼끝이 닿을 때마다 맑은 과즙이 튀었고 달콤한 향이 번졌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고요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로부터 넉 달 후, 아린의 생일날.
그제야 윤채원은 배유현이 비카냐로 떠났다는 걸 알았다.
그는 국경없는의사회로 지원해 내전이 잦은 나라로 갔다고 한다.
아린의 생일 당일, 배유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채원아, 나 대신 아린이한테 전해줘. 일곱 번째 생일 축하한다고.”
전화 건너편은 신호가 불안정했다.
가끔씩 터지는 총성과 포격음이 들려왔다.
윤채원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지, 지금 괜찮을 거야?”
“응. 반군이 근처까지 왔는데 아직 괜찮아. 여긴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야. 소리만 좀 클 뿐이지.”
그는 조금 더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 듯했다.
“놀랐지?”
윤채원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
“네가 보낸 선물, 아린이가 방금 열어봤어.”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윤채원이 말을 이었다.
“나... 할 일 있어서 먼저 끊을게.”
“그래.”
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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