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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한 시간 뒤, 밤이 점점 더 깊어졌다. 배유현은 방탄복을 챙겨 입고 소유정과 함께 야나를 찾으러 들어갈 준비를 했다. 그때 다른 남자 의사가 나섰다. “내가 들어갈게요. 유정 씨는 밖에서 기다려요.” 그는 가슴을 두드리며 덧붙였다. “이건 남자가 해야 할 일이잖아요.” 밤 아홉 시, 두 사람은 앞뒤로 조심스럽게 폐허가 된 도시에 들어섰다. 바닥에는 피가 말라붙어 있었고 공기에는 화약 냄새가 진하게 퍼져 있었다. 곳곳에 포격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배유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굳이 따라올 필요 없었어요. 이건 당신 일이 아니잖아요.” 금발의 젊은 남자가 그를 흘깃 보더니 피식 웃었다. “내 여자를 위험 속에 두고 나 혼자 빠지면, 그게 남자예요?” 그의 눈빛에는 순간적인 혈기와 거친 기운이 번뜩였다. “유정 선배를 좋아하나 보네요.” 배유현이 짧게 시선을 줬다. 눈앞의 남자는 이름이 레오였다. 작년에 새로 온 영국인 의사로 강지훈과 똑같은 영어 이름을 쓰고 있었다. 병원에 온 지 고작 여덟 달. 수술실에서는 아직 미숙했지만 머릿속에는 의학 지식이 정리된 도서관이라도 들어 있는 듯했다. “난 유정 씨를 처음 봤을 때부터 반했어요. 병원 사람들은 다 알아요. 배 선생님만 세상사에 관심이 없을 뿐이죠. 우리 병원, 생각보다 재밌는 일이 많거든요.” 배유현이라는 사람은 이상할 만큼 차분하고 냉정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술실에서는 마치 죽음과 맞서 싸우듯 사람의 생사를 가르는 손이었다. 옷차림만 봐도 좋은 집안 출신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이런 전쟁터 같은 곳에 와서 3년째 머물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배유현은 다른 사람들의 일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단 한 점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손가락으로 ‘쉿’ 하는 신호를 보내더니 앞쪽을 순찰 중이던 반군 한 명을 피했다. 병사들이 멀어지자 레오가 긴 숨을 내쉬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진짜 귀신 같은 놈들이네.” 그는 긴장한 숨을 고른 뒤 계속 배유현에게 소유정에 관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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